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모탈출 May 26. 2018

수영을 배웁니다, 인생도 배웁니다

수영, 참 좋은 운동이네요^^

수영을 시작하다


요즘 수영을 배우고 있다.

일요일만 빼고 매일 아침 1시간 동안 하고 있는데, 이제 한 달이 다 돼간다. 겨우 한 달이지만 꽤 매력적인  운동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1시간 동안의 운동량이 꽤 돼서 내가 정말 운동을 하는구나, 하는 감각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팔, 다리, 허리, 거의 모든 근육을 다 쓰는 유산소 운동이라 이 만큼 전신 운동 효과가 큰 운동도 없다. 물의 부력이 있어서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평생운동이다. 게다가 매일 아침 자연스레 샤워를 하게 되니 끝나고 나면 아주 상쾌하다.


특히 물속을 헤엄치는 느낌이 좋다. 사람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땅을 딛고 서고 걷고, 어딘가에 기대서 앉거나 누워 있어야 하지만, 수영은 다르다. 어딘가에 기대지 않고 물속을 떠있으면서 공간을 이동하는 느낌이 어딘가 좀 더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이렇게 좋은 수영을 진작 배우지 못했다니. 내가 수영을 배우는 곳은 바로 집 앞 고등학교 수영장인데, 10년 동안 이 동네 살면서 이런 좋은 시설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게 억울할 정도다.


운동하는 것도 좋은데 아래와 같은 교훈까지 얻을 수 있었다.


교훈 1.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 것

수영을 하면서 보니 가장 많은 나이대가 5,60대 이상의 아주머니, 할머니 들이다. 우리 동네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교적 아침 시간에 여유있는 분들이 많이 나오시는 듯하다. 남자들은 왜 이렇게 적을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술자리가 많아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출근하기 바빠서가 아닐까. 진득하게 무슨 일을 끈질기게 해내는 에너지가 여성보다 부족해서 일수도.


아무튼 이 아주머니들 중 몇몇은 아주 육중한 체구를 갖고 계셨다. 배와 옆구리 살이 엄청난 건 물론, 팔뚝은 내 허벅지 만하고, 다리는 나랑 비슷한 정도로 몸에 비해 약간 슬림해 보였다. 나는 막연히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다이어트 시작하는 분들인가 보다, 하고 넘겨짚었는데. 웬걸, 물개가 따로 없다. 자유형은 물론 배영, 평영에 접영까지 완벽 구사하는 수준급 스위머였다. 그렇게 다시 보니 배와 옆구리, 팔, 다리가 다 지방이 아니라 근육이었던 거다. 나는 반 바퀴만 돌아도 숨이 차서 쉴 때가 많은데, 이 분들은 내리 5바퀴를 쉬지 않고 한결같은 속도로 날렵하게 물속을 날아다닌다. 나는 언제쯤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된다.  



교훈 2. 한계 돌파

오늘은 잠을 좀 설쳐서 그런지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수영 시작하고 처음으로 오늘 수영은 건너뛰는 게 좋지 않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운동하면 나아질 거라 생각하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갔다. 역시 컨디션 때문인지 3바퀴 정도밖에 돌지 않았는데 금세 숨이 차고 몸이 가라앉을 듯 무겁게 느껴졌다. 4번째 바퀴를 돌면서는 폐가 터질 듯 숨이 차오르며 물이 나를 집어 삼키는 듯한 공포감이 들었다. 이대로 물 밖으로 나가서 오늘은 쉬어야겠다, 수영은 나랑 맞지 않는 운동일지도 모르니 그냥 관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동시에 이대로 도망치듯 가버리면 영영 수영을 못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일단 이를 악물고 5번째 바퀴를 돌았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라는 오기도 얼마간 있었다. 5바퀴를 그렇게 기를 쓰고 돌고 나니, 방금 전만 해도 죽을 듯했던 공포감이 갑자기 사라지고, 그렇게 차오르던 숨도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어 뭐지?, 하는 느낌으로 다시 한 바퀴 돌았더니 오히려 첫 바퀴보다 수월하고 편하게 돌 수 있었다. 그 후로는 거의 10바퀴 까지 별로 힘들이지 않고 1시간 동안의 수영을 무사히 끝냈다.


죽을 만큼 힘든 상태가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아무렇지 않은 상태로 급변할 수 있었을까? 몸은 그만하라고 아우성치며 신호를 보내지만 그 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밀고 나가면 몸이 그냥 적응해 버리는 게 아닐까? (하루키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운동선수들이나 운동을 좋아하는 분들은 진작에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인데 나만 이렇게 특별하게 느끼며 호들갑 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몸의 신호와 공포감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니 몸과 의식이 잠시 각성 상태(?)로 들어서는 느낌이 신선하다.


모든 일이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죽을 만큼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번 더 해내면 나의 몸과 의식이 더 높은 목표에 부합하도록 수준을 높여 갈 수 있다, 라는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교훈을 얻은 아침이었다.

 

앞으로 꾸준히 수영과 인생을 열심히 배우자.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 가는 대로 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