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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탈출 Nov 07. 2018

완벽한 타인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완벽히 알 수 있을까?

아무 사전 정보 없이 큰 기대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갔다가, 의외의 재미와 묵직한 화두를 남긴 예상 밖의 영화였다.


영화의 시작은 월식이 시작되는 밤 장면부터 시작한다. 

월식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져 잠시 모습을 감추지만 잠시 후에 다시 제 모습을 드러내듯이, 인간도 거짓으로 잠시 진실을 감출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진면목을 드러내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는 거의 2시간 내내 한 집의 거실 장면만을 보여준다. 35년 지기 친구들의 집들이 모임에서 신종 진실게임(서로 휴대폰 메시지와 통화를 숨김없이 보여주는)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 장소에서 한 가지 이야기만 하는 영화라 자칫 지루해 보일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메시지 알람과 벨이 울릴 때마다의 두근 거림이 웬만한 스릴러 못지않다. 웃음 포인트도 코믹 영화에 버금갈 만큼 빵빵 터진다. 마지막 반전에서 주는 메시지도 예술 영화 이상의 무게감이 있다.


등장인물들은 35년 지기 친구와 그 아내들이라 서로를 오랫동안 봐왔고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되며 서로의 진실이 폭로되자, 몰려오는 당혹감, 놀람, 배신감이 서로를 향해 사정없이 폭풍처럼 몰아친다.


영화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은 문구로 끝난다.   


사람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수십 년을 함께 한 배우자, 가족, 죽마고우라고 그들을 완벽히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완벽히 알지 못한다고 해서, 혹은 의외의(종종 추악한) 면이 발견된다고 해서 그들이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서로 잘 모르는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삶의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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