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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탈출 Nov 23. 2018

원통 선인장의 삶

고통에 당당히 맞서기

선인장은 사막이 좋아서 사막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 선인장을 아직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사는 것이다. 사막에 사는 식물은 어떤 식물이라도 사막에서 가지고 나오면 더 잘 자란다.
...
원통 선인장은 아코디언 같은 주름을 가지고 있고, 그 주름 깊은 곳에는 공기가 들어가고 수증기가 나가는 구멍들이 숨어 있다. 날씨가 매우 건조해지면 선인장은 뿌리를 절단해서 타들어가는 흙이 뿌리에서 물을 빨아내는 것을 방지한다. 선인장은 뿌리가 없이도 4일 정도 살아남을 수 있고, 그동안에도 계속 자랄 수 있다. 4일 후에도 비가 오지 않으면 선인장은 수축을 시작하는데 어떨 때는 이 수축을 몇 달간, 혹은 주름이 모두 접혀서 닫힐 때까지 계속한다. 선인장의 가시는 이제 딱딱하고 공처럼 된, 뿌리도 없는 식물을 보호하는 촘촘하고 위험한 보호층 역할을 한다. 이 자세로 들어간 선인장은 끊임없이 태양빛의 담금질을 견디면서 자라지 않고 몇 년을 버틸 수 있다. 마침내 비가 내리면 선인장은 24시간 이내에 완전히 모든 기능을 회복하거나 죽은 것으로 판명이 나거나 한다.

-호프 자런 <랩걸>


원통 선인장의 삶은 때로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하는 인간의 운명과도 겹쳐진다.

선인장이 사막이 좋아서 거기에 사는 것은 아니듯, 인간도 고통과 불행이 좋아서 겪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운명처럼 주어진 사막이라는 혹독한 환경에 당당히 맞서는 선인장처럼 우리 인간도 때로 가혹한 운명에 의연히 맞서야 한다.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칠십 가까이 살면서 절체절명, 고립무원, 사면초가 등의 궁지에야말로 명실상부한 삶의 핵심이 숨겨져 있음을 느꼈다. 그 안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과정에야말로 진정한 삶의 감동이 있다고 확신했다."

-마루야마 겐지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뿌리를 끊어내는 고통까지 감내하는 원통 선인장의 생태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교훈이 된다.  

때로 시련이 닥치면 원통 선인장을 떠올려 보자.

고통의 시기에 묵묵히 태양의 담금질을 견뎌내고 마침내 비가 오면 회복하는 선인장처럼, 시련의 시기를 살아내고 마침내 운명의 여신이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잡을 수 있도록, 그리하여 결국 죽은 것으로 판명이 나고 마는 삶이 아니라, 끝끝내 회복하여 당당히 일어서는 삶이 되기를.


니체의 이 패기 넘치는 말도 함께 떠올려 보자.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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