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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탈출 Dec 06. 2018

국가부도의 날

위기는 반드시 반복된다

(※ 스포일러 약간 있습니다)


영화는 무능한 정부에 맞서는 한국은행 팀장 한시현(김혜수), 경제 위기를 이용해 돈을 버는 투자가 윤정학(유아인),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쓰러지는 작은 공장의 대표 갑수(허준호), 이 세 인물을 중심으로 국가부도까지 남은 1주일간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미 결론을 다 알고 있는 불과 20년 전의 일이라 큰 재미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김혜수와 유아인이라는 배우의 이름값은 하겠지, 라는 기대는 있었다.


영화는 예상외로 탄탄한 구조와 스토리로 재미도 있었거니와 배우들의 연기는 역시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특히 1997년의 국가부도 사태를 배경으로 3가지 이야기가 한꺼번에 진행되는 구조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스토리에 다채로움을 부여했다. 뻔히 아는 역사적 장면이지만 단순하지도 않다. 3명의 인물이 번갈아 나오는 빠른 장면 전환으로 긴장감을 잘 살렸다. 언뜻 복잡해 보일 수도 있는 한 영화 속 세 가지 이야기지만, 결국 모두가 연결된 구조로 귀결되면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 갑수(허준호)의 아들이 그 부패하고 무능했던 정부 관료가 세운 회사에 면접 보러 가는 장면은 씁쓸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스토리는 허구임을 영화 초반에 몇 줄 텍스트로 안내한다. 하지만 과연 이 모든 이야기가 허구일까? 디테일에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 관료와 일부 재벌의 결탁이 위기를 초래하고 키웠다는 점은 이제 와서 돌아보면 거의 사실에 가깝다.


영화를 보고 그냥 ‘그땐 그랬지’, ‘저 나쁜 관료 놈들!’, ‘역시 재벌들은 안돼!’... 이러고 말 것인가? 이 영화를 보고 그저 그렇게 쉽게 넘길게 아니다. 왜냐하면 위기는 반드시 반복되기 때문이다.


당시 돈을 번 사람은 일부 재벌과 기회를 이용한 투자가들이었고, 대부분의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다시 위기가 온다면 어느 쪽에 서야 할까? 영화를 보면서는 한시현(김혜수)과 갑수(허준호)에게는 감정이입이 수월하지만, 윤정학(유아인)은 왠지 동조하기 힘들긴 하다. 그렇다고 당하는 쪽에 설 순 없지 않은가? 재벌이 될 수는 없으니 최소한 투자가는 돼야 한다. 물론 영화 속 윤정학(유아인) 같은 전문 투자가가 되긴 어렵지만 건전한 투자를 통해 얼마든지 위기를 대비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경제 위기가 다시 오지 않을까? 영화의 마지막은 국가부도 20년 후, 또다시 위기를 감지하고 반복된 실패를 피하고자 하는 이아람(한지민)과 경제전문가 한시현(김혜수)이 의기투합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 장면 하나로 충분한 답이 될 수 있다. 


위기는 반드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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