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공부 시작
마음이 급하다. 주식투자에 대해 아는 거라곤, 코스피와 코스닥으로 나뉜다는 정도뿐이다. 그마저도 왜 그렇게 나누는지도 모르겠다. 당장 주식을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하는지도 모른다. 바로 다음 주에 주식을 사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도 모른다.
일단 검색을 해보자. '주식 투자 공부'로 검색하니 카페 글, 블로그, 책, 영상 등 다양한 결과들이 보인다. 뭐부터 봐야 하나. 일단 눈에 띄는 '왕초보를 위한 주식 투자 공부법'이라는 심플한 제목의 글을 열어봤다. 우선 위대한 투자자들의 철학을 공부하란다.
당장 다음 주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철학부터 공부하라니 딱히 와닿진 않는다. 투자용어와 재무제표 보는 법도 배워야 한단다. 재무제표야 회사에서 어느 정도 봐왔기 때문에 큰 문제없을 것 같다. 어느 분야든 처음에는 그 분야의 용어를 알아야 하는 건 맞다. 그럼 투자용어는 또 어디서 공부해야 하나.
띠링! 회사 메신저로 팀장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3시에 이번달 우리 팀 생일자 파티를 카페테리아에서 한다는 내용이다.
잠시 오후 업무를 보니 금방 3시다. 카페테리아로 가니 장 과장 옆자리가 비어있다. 그래 역시 사람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빠르지.
"장 과장, 나도 이제 주식투자를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됐네. 그런데 주식은 어디서 사는 게 좋아?"
"아, 증권사는 다 개인 취향이라서요. 저는 삼영증권 쓰고 있는데 괜찮아요."
"그래? 그럼 삼영증권 앱을 깔 테니 주식 사는 법 좀 알려줘. 그리고 주식 투자 공부는 어떻게 해야 돼?"
"일단 증권사 앱 까시고 회원가입부터 하세요. 투자 공부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라. 일단 제가 추천드리는 건 투자카페예요. 생생한 경험담이 올라오니 공부하기 좋아요. 재미도 있고요. 제가 가장 자주 들어가는 카페는 '차트의 신'이라는 카페예요."
"아, 차트? 주가 그래프 같은 거?"
"네, 그렇죠. 차트의 형태를 보고 투자하는 거죠. 회사의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고, 그 반영된 주가가 곧 차트에 반영되니까요. 주식 투자한다면 차트 보는 법은 꼭 배워야죠. '차트의 신' 카페 운영진이 쓴 책이 있어요. 제가 링크 드릴테니 일단 그 책부터 공부하시고 카페 글들도 차근차근 읽어보세요."
"역시 경험자라 다르네. 앞으로 자주 물어볼 테니 잘 부탁해."
퇴근 후에 바로 서점으로 달려갔다. 장 과장이 추천한 '차트의 신'을 보니 책도 꽤 많이 쌓여 있고 내 또래 회사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럿 살펴보고 있다. 그 옆에 세워져 있는 홍보용 배너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주식분야 20주간 베스트셀러 1위, 차트의 비밀을 풀고 워런 버핏의 수익률을 넘다.' 베스트셀러라니 믿음이 간다. 워런 버핏이 세계 최고의 투자자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그 사람의 투자 수익률을 넘을 정도라니 자신감도 있어 보인다. 망설임 없이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지하철에서 바로 책을 펼쳤다. 목차를 살펴보니 지지선, 저항선, 수급, 박스권.... 전혀 들어보지 못한 말들 투성이다. 덜컥 겁이 났지만 머리말을 보니 천천히 따라오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따라 할 수 있단다. 집에 도착해서도 저녁을 먹고 바로 차트의 신을 영접했다. 찬찬히 읽어보니 그렇게 어려운 얘기들은 아니다. 머리에 쏙쏙 들어올 정도는 아니지만 이해는 된다. 읽다가 박스권 얘기가 나오는 살짝 지루한 부분에서 졸음이 몰려온다.
잠깐 거실에 나가서 맨손 체조를 하고 돌아와서 노트북을 켠다. 이번에는 차트의 신 카페에 들어가 본다. 투자 경력을 입력하고 인사말을 남기면 자동으로 회원가입이 된다.
차트 투자 성공기라는 게시판이 눈에 띈다. 몇 개월 만에 천만 원이 억이 되었다, 이제 주식 투자만으로 먹고살 자신이 생겼다, 전업 투자자가 되어 새 사무실에 입주했다, 같은 성공담들을 보니 가슴이 뛴다.
그래 나도 저렇게 성공하려면 열심히 공부해 보자. 어떤 분야든 공부한 만큼 돌아온다. 나라고 저렇게 못할 이유는 없지. 어차피 보너스로 한 달간은 우리 회사 주식을 보유해야 하니, 그동안 공부하면 된다. 마음을 다 잡고 다시 한번 '차트의 신'을 영접해 본다.
업무시간 외에는 거의 일주일을 차트의 신과 함께 보냈다. 책을 두 번 연속해서 독파하고, 카페에서 책의 저자들과 소위 주식 고수라는 사람들의 글을 찾아 읽었다. 모르는 용어나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검색해서 따로 공부했다. 그렇게 공부하니 이제 어느 정도 흐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슬슬 실전을 경험할 때가 됐다.
장양봉 과장의 추천대로 삼영증권 앱을 설치하기로 한다. 가입할 때는 입력할 내용도 많으니 아무래도 넓은 모니터 화면이 좋겠지. 웹사이트에서 가입을 해본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IT 기업 10년 차인 나에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7~8분 만에 가입이 끝나고 계좌가 만들어진다. 홈 트레이딩 시스템, HTS라고 부르는 프로그램도 설치한다. 주식거래를 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다. 특히 차트를 보려면 필수적인 도구다.
용량이 꽤 큰지 다 설치하는데 10분 넘게 걸린다. 드디어 설치가 끝나고 로그인. 맨 처음 보이는 화면은 삼영증권의 시세와 차트다. 실제 차트를 보니 지난 일주일간 공부했던 내용을 실전에 얼마나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전에 일단 HTS 프로그램 자체에 익숙해져야 한다. 잠깐 살펴보니 꽤 복잡해 보인다. 제대로 적응하려면 만만치 않겠다. 그래도 이런 프로그램 다루는 일은 금방 적응할 자신 있다.
가장 기본적인 기업 정보 보는 법, 매매하는 법을 살펴본다. 역시 몇 번 눌러보니 쉽게 할 수 있다. 회사 이름을 누르면 관련된 모든 정보가 화면을 꽉 채운다. 현재 주식 시세는 물론, 차트, 각종 재무 정보, 종목 분석, 공시 같은 내용들을 아주 자세하게 살필 수 있다.
모니터 2대에 각종 정보들이 떠 있는 창들을 적절히 배치했다.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한 번에 접근할 수 있다. 새삼 컴퓨터 화면이 멋지게 보인다. 돈 벌 수 있는 정보가 눈앞에 쫙 펼쳐진 것 같다. 마치 전문 트레이더가 된 기분이다.
이제 매매하는 법이다. 역시 어려울 건 없다. 회사 이름을 누르면 가장 눈에 띄는 버튼이 빨간색의 매수, 파란색의 매도다. 매수를 누르면 매수 화면으로 들어간다. 매수할 금액과 주식 수량을 입력하고 매수 버튼만 누르면 된다. 물론 아직 매수할 돈이 없으므로 돈부터 입금해야 한다. 은행에 계좌 이체 하듯이 내 증권계좌로 입금하면 된다. 그럼 그 돈이 증권계좌의 예수금이라는 항목으로 들어온다. 이 돈을 매수할 돈으로 쓰면 된다.
드디어 회사에서 약속한 보너스가 들어오는 날이다. 일단 우리 회사 주식을 사야 한다. 장 과장이 그냥 최대한 빨리 사는 게 좋다고 한다. 다른 직원들이 사면 아무래도 오를 가능성이 있으니 그전에 사는 게 유리하다는 논리다. 내가 언제 사야 할지만 생각했는데, 장 과장은 다른 사람이 사는 시점까지 고려하고 있다. 역시 경험자는 다르다.
장 과장의 코칭에 따라 장이 개시하자마자 회사 주식을 매수한다. 매수하자마자 실시간으로 평가손익이 오르내린다. 차트 변화에 따라 가슴이 떨린다. 다행히 바로 몇 천 원 이익으로 시작한다. 이렇게 내 인생 첫 주식을 사게 되는구나. 첫 주식으로 내 회사 주식을 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한 달 후에는 팔아치울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다.
장 과장이 이제 한 달간은 묶어 둬야 하니 추가 여유돈으로 실전 연습을 해보라고 권한다. 일단은 적은 돈으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카페 고수들 역시 처음부터 큰돈으로 무리하지 말고 작게 시작해서 점점 투자금을 늘려가라고 한다. 공통적인 의견이니 듣는 게 맞겠지. 일단은 100만 원으로만 해봐야겠다.
3편에서 계속...
※ 이 글은 저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한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