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갓 세 돌이 된 둘째가 유치원 갈 때쯤이면 학비도 2배 이상 들어간다. 가락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부모님도 곧 은퇴하신다. 용돈을 챙겨드려야 할 수도 있다. 9년 된 아반떼는 이제 슬슬 바꿀 때가 돼 간다. 돈 들어갈 곳은 계속 늘어나는데 돈 나오는 구멍은 여전히 쥐구멍만 하다.
중학교에서 선생님을 하던 와이프가 둘째를 낳고 3년째 쉬고 있는데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정신도 없고, 아이들에겐 엄마가 필요하다는 신념은 나도 존중해 주고 싶다. 장모님이 첫째를 돌보시면서 허리디스크를 얻고 치료비며 수술비로 천만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돌봄 도우미를 부를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럼 와이프가 일하는 의미가 없을 정도의 돈이 들어간다. 아이들도 할머니보다는 엄마를 원하니까 어쩔 수 없다.
내가 그렇게 대단한 인재도 아니고 엄청난 열정으로 일한 건 아니지만 주어진 일은 성실하게 해 왔고 나름 책임감 있게 살아왔다. 그런데도 이렇게 돈 문제로 걱정하게 될 줄이야. 내가 너무 순진했나? 진작에 재테크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새삼 부질없는 후회가 밀려온다.
한창 생각에 빠져 있는데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 사람이 밀물처럼 밀려든다. 그중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같은 팀 양장봉 과장이다.
"윤 차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어~ 요즘 자주 만나네"
맨날 보는 사이라 특별히 나눌 말은 없다. 같은 팀이지만 인간적으로는 딱히 끌리지 않아, 일 외에 사적인 대화는 거의 나누지 않는 친구다. 지하철에서 종종 마주쳐도 인사만 하고 서로 말은 없는 편이다. 그런데 장 과장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계속 싱글거린다. 잠깐 스마트폰을 보니 주식 투자앱인 것 같다.
"장 과장, 주식투자 한다더니 꽤 올랐나 보네?"
"네, 요즘 바이오 종목 하나가 꽤 쏠쏠하네요. 거의 두 배 정도 올랐는데 5배 까지는 무리 없이 오를 거 같아요"
"오... 그 정도야? 나도 지금이라도 해야 하나?"
"차장님은 아직 주식 투자 안 하세요?"
"난 주식투자는 좀 위험해 보여서."
"그럼 재테크 어떻게 하세요?"
"그냥 정기 적금 작은 거 하나 하는 정도야."
"아이고, 답답하네요, 차장님."
장 과장의 눈빛이 살짝 거만하게 변하더니 한심하다는 투로 말한다.
"요즘 주식투자 안 하면 눈뜨고 코베이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물가 상승률이 이렇게 높은데. 적금 이자가 얼마나 된다고 그러세요. 지금이라도 빨리 시작하세요. 제가 종목 선정은 도와드릴 테니."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맞는 말이다. 이미 3~4 년 전부터 투자를 해봐야겠다고 생각만 했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역시 고민만 하기보단 우선 행동하는 쪽이 맞다. 장 과장이 요즘 주식 시장과 이런저런 종목에 대해 얘기하는데 내가 잘 모르는 용어들 투성이다. 장 과장이 말할 때 살짝 어려운 용어를 섞는 걸 좋아한다. 이제부터라도 투자 공부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몰려온다.
복잡한 심정으로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 회사 공지가 올라왔다. 세 달 전 새로 출시한 서비스가 대박까진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서 전원 200만 원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요즘 부진한 회사 주가 부양을 위해, 이 돈으로 회사 주식을 매수해서 한 달간 보유하는 조건이다. 보너스 지급일은 다음 주 월요일이고 일주일 내에 주식을 매수하고 그 증명을 제출하란다.
당장 투자 시작하라는 하늘의 뜻인가 보다. 나도 이제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 타라는 계시인가? 갑자기 가슴이 뛴다. 그럼 뭐부터 해야 하지?
2편에서 계속...
※ 이 글은 저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한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