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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탈출 Feb 07. 2018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이 있기에 더 소중한 삶

내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내 삶에 끝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 인생에 관한 심오하고 근원적인 진리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막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 셸리 케이건 <죽음이란 무엇인가>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는 것이다.

어둠없는 빛이 있을 수 없듯이, 죽음 없는 삶도 없다.

죽음이 없다면 그건 삶이 아니다.

모든 생명은 죽을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삶이 있는 것이다.

또한 죽음에 의한 유한성 때문에 삶이 소중한 것이다.


죽음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

옛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죽음은 내 곁에 없고, 내가 죽는다면 내 자신이 존재하지 않기에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잘 곱씹어보면 정말 맞는 말이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프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잘 생각해 보면, 존재하지 않는데 슬플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스스로의 죽음 이후를 상상해 본다면 그럴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죽음 이후는 그저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일 뿐, 슬퍼할 만한 일이 아니다.


깊은 잠에 빠져있는 스스로를 상상해 보자. 꿈도 없는 깊은 잠. 이때는 나 스스로의 존재를 인지하지도 못하고, 아무런 느낌, 의식이 없는 상태다. 죽음은 육체의 기능이 다한 이후 이렇게 깊은 잠에 빠진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런 상상도 하기 싫다고?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보자. 

오늘이 지나면 당연히 내일이 온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에서 진다.

이런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할수 있을까?

아니다.

죽음도 마찬가지.

삶의 끝에는 죽음이 있는 것이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이 당연하듯이.


그래도 인정할 수 없다면?

이 우주 자체도 결국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라면 어떤가.

빅뱅으로 탄생한 이 우주도 언젠가는 소멸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길이는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 인간도 죽음의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다.


죽음이라는 숙명이 가혹한 형벌로만 여겨지는가?

오히려 반대로, 아무리 짧은 생이라도 삶 자체를 누릴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할 수도 있지 않은가?


우주에는 수 많은 원자들이 그저 먼지처럼 떠다니고 있다. 그런데, 특별한 행운으로 인해 원자들이 적절한 방식으로 배열되어 내 육체로 뭉쳐지고, 그 속에 정신이 깃들어 이렇게 '나'라는 존재가 빚어진 것이다. 이 거대한 우주라는 무대에서, 장구한 시간의 흐름속에서, 복잡하고 미묘한 우연과 필연이 겹쳐지며 '나'라는 존재가 아주 잠시나마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죽음은 그저 잠시 삶을 가졌던 입자들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 뿐이다.

이렇게 죽음을 직시하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자명해 진다.

언젠가는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면, 지금 여기 살아있다는 것의 가치는 훨씬 크게 다가온다. 

기적처럼 주어진 삶의 순간들을 충분히 음미하며 충실히 사는 것이 제1의 목표가 되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짧더라도. 삶의 가치는 그 길이와는 전혀 상관없으므로.


너무 자주는 아니라도 가끔씩은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기 바란다.

마지막 순간, '참 좋은 삶을 살았다'라고 생각하며 미소지을 수 있도록.



ps. 평행우주론에 의하면 죽음 이후의 삶이나 영혼의 존재, 영생의 가능성도 혹시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나라는 존재가 다른 평행우주의 나와 긴밀하게 연결된 어떤 끈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현재로서는 이 우주, 지금의 ‘나’에 충실할 뿐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생각하면 또 다른 문제일까? 동일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일시적인 슬픔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존재했었고 함께 했었기에 누릴 수 있었던 기쁨을 떠올리며 감정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결코 합리적인 태도라고 볼 수 없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나는 ‘부적절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너무 빨리 죽는다는 사실에 슬퍼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기회를 부여받은 게 얼마나 놀라운 행운인지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인생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 셸리 케이건 <죽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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