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7(癌)「명사」 「1」『의학』 생체 조직 안에서 세포가 무제한으로 증식하여 악성 종양을 일으키는 병. 결국에는 주위의 조직을 침범하거나 다른 장기에 전이하여 생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유전성 외에 물리적 자극, 화학적 자극, 바이러스 감염 따위가 원인이며 완치는 어려우나 외과 수술, 방사선 요법, 화학 요법으로 치료한다.
염3(炎)「명사」 『생명』 생체 조직이 손상을 입었을 때에 체내에서 일어나는 방어적 반응. 예를 들어 외상이나 화상, 세균 침입 따위에 대하여 몸의 일부에 충혈, 부종, 발열, 통증을 일으키는 증상이다.=염증.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인생의 동반자 염(炎), 인생의 위협자 암(癌)
직장인이라면 위염, 여자들의 친구 질염, 코찔찔이 비염, 간질간질 눈곱이 끊이지 않으면 십중팔구 결막염, 알보칠을 바르고 이틀 만에 헤어질 것인가 그냥 두고 열흘을 신경 쓸 것인가 구내염, 소변을 시원하게 본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임을 알려주는 방광염, 하나님부처님알라신이시여 잠시나마 종교에 귀의하게 만드는 장염, 걸려본 적은 없으나 항체는 가지고 있는 B형 간염, 간지럽고 따갑고 벌게지는 피부염...
다양한 이름으로 몸 여기저기에 생겼다가 없어지는 걸 반복하는 각종 ‘염’들. 귀찮고 괴롭긴 해도 길어야 일주일 치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고 안정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증상들이다. 반면 ‘암’이라는 단어는 사뭇 무겁고 위협적이다. ‘암’이라 쓰고 '죽음'이라고 읽으라고 배운 것도 아닌데 암이라는 말을 들으면 왜 자동반사적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질까...?
암에 걸린다고 대부분 죽는 시기는 지났다. 1995년 42.9%에 불과했던 암 생존율*이, 2020년에는 71.5%으로 크게 개선됐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의 생존율은 각각 70% 전후로 OECD 국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치료제/방법의 개발, 실력 있는 의료진과 병원, 국가 암 검진 시스템 덕분이다.
*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 중 치료 시작 5년 이내에 해당 암으로 사망하지 않은 환자들의 비율
그러나 여전히 사망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도 암이다.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자살이 그 뒤를 잇는다.) 2021년 우리나라 사망자 32만 명 중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8.2만 명으로 약 26%에 달한다. 사망원인 2위인 심장 질환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그뿐인가. 살기 위해 받는 항암치료는 딱 죽지 않을 만큼의 고통을 선사한다. '암=죽음'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야 너두? 야 나두!
공교롭게도 조정석은 드라마에서 유방암 환자로 나온다!
사실 우리 엄마도, 시누이도, 올케도, 사촌언니도, 옆집 아줌마도, 친구의 친구도, 회사 동료도, 거래처 부장님의 와이프도…
지인들에게 암 투병 중임을 밝혔을 때 굉장히 신기했던 점은 십중팔구 ‘내가 아는 사람'의 유방암 경험담이 꼭 따라 나온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 국민 25명 중 1명은 암 유병자라는 통계가 있긴 하지만 여태껏 내 주위에는 운 좋은 용가리통뼈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암 중에서도 유방암 경험자가 이렇게도 많았었다니!
2019년 기준 암 유병자*는 약 215만 명이다. 이중 유방암 유병자는 약 26만 명이나 된다. 갑상선 암을 제치고 당당히 여성암 1위 자리를 탈환한 지 오래다. 유방암의 대부분이 여성에게 발생하고 있으니 (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조정석과 같이 드물게 남성이 유방암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0.5%정도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약 5천1백만 명 중 절반이 여성이라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 해보면 1%, 즉 여성 100명 중 1명은 유방암 유병자라는 결과가 나온다.
*1999년 확진 이후 2020년 1월 1일 기준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자
폐경 전후인 40~50대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을 감안해 봤을 때 ‘아줌마’들이 걸릴 확률은 좀 더 높다. 왜 엄마가, 시누이가, 올케가, 친구가, 옆집 아줌마가, 부장님의 와이프의 유방암 투병기가 들려왔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을 즈음에 연예인 서정희도, 슈돌에 나온 축구선수 박주호의 아내 안나도 유방암 투병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유방암은 아니지만 영화 <기생충>의 박소담, 국민배우 안성기도 각각 갑상샘암, 혈액암 투병 중임이 알려졌다. 암, 암, 암… 생각보다 가까이, 그리고 널리 퍼져 있었구나.
유방암 발병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1999년 5,880명에 불과했던 유방암 발병자수가 2005년 1만 명(정확히 10,324명)을 돌파하더니 2010년 14,748명, 2015년 19,426명, 그리고 2020년에는 24,923명을 기록했다. 2만 5천 명이면 잠실야구장의 전체 좌석 수와 동일하고, 주요 인서울 대학의 수시입학생 정원을 웃돌며 (2021년도 입학 기준, 24,621명), 전국 치킨집 수(2만 9,373개)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안타깝게도 유방암을 포함한 암 발병률은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국립암센터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기대수명인 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나 된다고 한다.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발생률은 더 빨리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흔하다고 가벼운 건 아니다.
그래, 젊으나 늙으나 결국 우리나라 국민 중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릴 것이다. 암 유병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생존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죽는 사람 10명 중 2명 이상은 암 때문이다. 맘 편히 생각하기엔 말 그대로 '치명적(致命的' 인 면이 크다.
유방암 2기 기준 생존율은 91.8%나 된다. 그러나 아무리 생존율이 높다 한들 유방암으로 죽는 사람들 수도 간과할 수 없다.(내가 10명 중 1명이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유방암은 특히 20~30%의 높은 재발률을 자랑한다. 죽지는 않을 지라도 항암 치료를 반복해야 한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생존율이냐, 사망률이냐, 재발률이냐... 어느 편에 더 무게를 실어주든 '암'이란 놈은 '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독하고 나쁜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은 있어도 ‘염’적인 존재는 없지 않은가. 혹자는 생존율이 높은 특정한 암을 두고 ‘착한’ 암이라고 표현하고(보험진단금도 적게준다!), 암에 걸려도 죽지 않는다며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하는데... 그렇게 착하면 자기도 한번 당해보라지.(못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