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열다섯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열다섯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봄. 그리고 봄. 또 봄. 봄 그 자체. 겨울을 막 벗어난 어색함과 서투름, 수줍음, 초록, 풋내, 싱그러움, 말할 수 없는 싱그러움, 5월, 풀 내음, 꽃내음, 꽃잎, 벚꽃, 흩날리는 벚꽃 잎..
서툴게 시작된 3월의 관계는 벚꽃 흩날릴 때쯤이면 물러져 슬그머니 서로 스며들고, 운동장 여기저기서 흩날리는 벚꽃은 촉매제 역할을 하는 중이다. 굳은 근육을 움직여 살짝 웃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여겨진다. 웃음은 전염이 되어 자꾸자꾸 씰룩씰룩 웃다가 웃는 걸 보다가 그냥 웃어 버린다.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기 때문에 웃음은 무죄인 것으로.
꽃잎 흐드러진 벚나무 밑에 주차를 하다니. 출근길 성급함을 탓하며 꽃잎을 후후 불고 있는데 소녀들이 다가왔다.
“쌤---- 같이 사진 찍어여!”
암, 그럼 그럼, 네 추억의 책장 어디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쌤은 요렇게 앉아서 요렇게 주먹을 쥐고 요렇게 있으심 됨다~”
“요-로-케?”
“네!!”
- 찰칵 -
팔랑. 소녀들이 꽃잎처럼 날았다.
인생 사진이로구나. 카톡 프사를 바꿨다.
몇 년 후 남중으로 이동을 했다. 이곳은 더욱이 온 천지가 벚꽃이다. 소년들만 있어서일까 어째 벚꽃 아래가 조용하다. 들뜰 만도 한데 꾹 참고 있는 건가, 꽃잎 따위 관심 두지 않는 건가 헷갈릴 때쯤, 만개한 벚꽃이 아까웠는지 학교에서 벚꽃사진 콘테스트를 한다고 한다.
반에서 회의가 시작되었다. 많은 아이디어가 오가는 이유는 상금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한참을 의논하고서 결론이 없다. 이대로라면 4열 횡대에 V손가락이다. 웃기긴 할 것 같은데. 그때 한 소년이
“쌤, 그거 해요-” 한다.
“그거?”
“쌤 프사요. 예전 거 봤어여.”
“20명인데?”
“그 정도쯤. 우린 장풍으로 날려주세여---”
벚꽃 아래 모였다. 말은 쉬웠는데 20명이 동시에 뛰는 게 쉽지가 않다. 한 명이라도 성급하거나 굼뜨면 다시, 다시, 다시 찍었다. 벚꽃이 흩날리는데 벚꽃 볼 새가 있을 리가. 나는 장풍을 쏘기 위해 양팔을 벌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으니 무릎이 아프고 팔이 저려왔다.
실패를 거듭하는 중에 소년 P가 외쳤다.
“정신 차려. 울쌤 관절을 생각해------!!”
다른 소년도 외쳤다.
“쌤 관절 나간다고---- 지켜드리자 관절----!!”
“다시, 하나------, 둘------, 셋!!!”
-찰칵-
소년들이 날았고, 나는 눈을 감았다. 이미 난 누가 봐도 영혼이 없는 상태다.
부웅--- 소년들이 날았다. 내 장풍을 맞고 꽃잎처럼.. 은 아니고, 팝콘 튀듯 튀어 올랐다.
소년들이 벚꽃을 보았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장풍을 쏘고 소년들이 팝콘이 되어 튀어 오르는 동안, 봄바람 휘날리며 벚꽃 잎은 흩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