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코치 신은희 May 27. 2021

부부싸움이 가져온 뜻밖의 효과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지난 금요일, 우리 부부는 아침부터 언성을 높여 싸웠다.

싸움의 원인은 지나고 보니 사소해 보이는 것. ‘아침잠을 왜 그렇게 깨우냐’ 였다. 시비를 건 사람은 나, 내 생각에 원인 제공자는 남편이다.

평소 잠을 잘 못자는 편이라 늦게 자기도 하고, 밤샘 작업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서 새벽 2시 넘어서 자면 아침에 일어나는게 너무 피곤하다. 그날따라 생리통과 몸살이 겹쳐서 너무 힘들어서 알람 소리도 못 듣고 정신은 들었는데 몸이 침대에 붙은 듯 일어나지 못했다.

실은 꿈 속에선 이미 일어나서 아이들 아침 챙기고 학교 갈 준비까지 시키고 있는 상태. 그러다 잠결에 들려온 남편의 목소리가 갑자기 불쾌하게 느껴졌다. '일어나라고 C~' 이런 말투였는데, '왜 피곤해서 못 일어나는 부인에게 짜증이야!'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침 시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성은 '좀 더 참자, 그냥 넘어가자' 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예민한 상태여서 그랬는지 감정이 이성을 누르고 터져버렸다. 내가 속상하다고 하소연 하는데도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고 계속 퉁명스럽게 답하는 남편의 태도가 화가 나서 평소 우리 답지 않게 언성까지 높이며 속 시원하게? 싸워버렸다. (평소엔 내가 주로 속상한 부분을 참고 넘어가거나, 그냥 남편이 원하는대로 받아주는 편이다.)

하루 종일 말 한번 섞지 않고 지냈으나, 아이들에게까지 부부싸움에의 냉기를 전염시키고 싶지 않았다. 계속 뚱해있는 남편을 툭 치고선, 화해를 하기 위해 우리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강가로 데리고 갔다. (다행히 아이들이 많이 커서 우리 부부가 30분 정도 나가서 얘기하고 와도 TV보거나 둘이 놀며 잘 지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코로나 때문에 카페를 가기도 그렇고, 싸움을 한 (집) 공간에서 대화를 이어나가면 분위기 환기도 안 되고, 2차 발발이 아이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 흐르는 강물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뜨악했던 남편도 따뜻한 커피와 함께 강가에 앉으니 조금 표정이 풀리는 눈치였다.

차분히 같은 곳을 바라보며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봤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역시나 어려웠지만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들은 다 풀어내니 나쁘지 않았다. 우리 부부가 원래 아침잠이 많고 둘다 회사도 안 가는데 아이들 챙기려고 일찍 일어나려니 서로 피곤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오해한 부분도 많았다. 남편이 제시한 방안은 다음과 같았다.

아이들이 너무 안 일어나서, 아이들을 깨우려고 실랑이 하다 우리 사이까지 나빠졌으니, 다음 한 주간은 아예 우리가 깨우지 말아버리자!

탐탁치는 않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보다 더 뾰족한 수는 생각나지 않아서 일단 그래보기로 했다. 우리 둘다 알람 끄고 편히 자자, 그리고 애들은 알아서 일어나게 하자! 여기에 덧붙여 집에 돌아가서는 아이들과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다음주 부터는 너희가 스스로 일어나야 해. 엄마아빠가 깨워줘도 너무 안 일어나니까 우리도 지치고 너네도 아침 시작이 좋지 않잖아. 스스로 일찍 일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들)일찍 자야 해요!"
"그렇지, 몇 시에 자면 될까?
"(아들) 9시요!" (평소 아이들은 거의 10시 반이 다되어 잠든다)
"좋아~ 근데 일찍 자기만 하면 될까?"
"(딸)아니요, 자기 전에 가방도 챙겨놓고 옷도 챙겨놓으면 좋겠어요."
"그래, 좋은 생각이야~ 또 뭘 챙기면 좋을까?"
"(딸)마스크랑 양말도 미리 챙겨놓을게요"
"좋았어! 학교는 몇 시에 가지?"
"(딸)8시 10분엔 나가야 해요!"
"그럼 언제 일어나야 할까?"
"(아들)새벽 2시?"
"(딸)아니아니야~ 7시 반이요! 근데 어떻게 혼자 일어나죠?"
"엄마가 알람을 맞춰서 너네 침대 아래 두면 어때?"

여기까지 대화를 나눈 후 알람 음악도 아이들이 고르게 했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 다시 한 번 내일 아침은 너희들이 스스로 일어나야 해! 라고 리마인드를 시켜줬다. 하지만 함께 요가하고 책 읽어주다보니 또 10시 반이 넘어서 잠든 아이들. 과연 일찍 일어날까? 염려 반 기대 반 마음을 품고 잠자리에 들었다.

드디어 월요일 아침. 알람은 아이들 방에 두어서 소리도 안 들렸는데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나. 방문을 나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오는 딸과 마주치곤 서로 빵 터졌다.

"알람 듣고 일어난거야?"
"네, 엄마 한 번에 일어났죠~ 저 잘했죠?"

너무 기특해서 꼬옥 안아주고 있는데 우리 방에서 남편이 엉거주춤 걸어나왔다.

"뭐야~ 당신, 그냥 신경 안 쓰고 자버린다며?"
"어...아이들 걱정돼서 그냥 일어났네?"

우리부부도 빵 터졌다.

그 다음은 가장 일어나는게 오래 걸렸던 우리 둘째 아들의 기상!

알람 한 번만에 일어나진 않았지만 세 번째에는 스스로 끄고 나오는게 아닌가?

기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밥도 챙겨먹고, 양말도 신고 마스크도 챙기고 가방도 현관에 갖다놓는 진풍경이 이어졌다. 평소엔 현관까지 가는데만도 10여분이 넘게 걸려서 결국 늦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한 우리 아이들이었는데, 이 날은 애들이 먼저 현관에 나가서 신발까지 신고 우리를 부르고 있는 형국이라니!


처음엔 그냥 남편이 부인 잠도 못 자게 깨우는게 서운해서 발발했던 싸움이었는데, 그 결과가 아이들의 자립? 이라니! 엄청난 성과다!  


오늘까지 3일 내리 연속 성공이다! 어제 저녁에도 일찍 잠든 우리 아이들. 내일 것도 미리 챙겨놓고 자는 아이들을 보니 참 잘 싸웠다(?) 싶다.


#바람코치 #부부싸움 #아이들자립 #이게머선일이고 

#일찍자고일찍일어나자 #새마을운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