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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코치 신은희 May 29. 2021

당연한 건 없다.

주어진 것들에게 감사하게 되었다.

{Episode I}
내 손님을 집에 초대했을 때, 자리를 피해줬던 남편이 돌아와서 함께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잠깐 있었다. 그리곤 우리들은 밖에 나가서 산책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남편 얘기도 오가게 되었고, 내 입에선 이런 투정이 튀어나왔다.
"아니 글쎄, 빨래를 개놓기만 하고 넣어놓진 않은 거 있죠?"
"그걸 넣어놔달라고 남편한테 얘기해봤어요?"
"?....아...니요...?"
"그러니깐 안 넣었겠죠~"

짧은 대화였고, 화제는 순식간에 전환됐지만 나는 잠깐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남편한테 불만이 많은 이유는, 그에게 거는 기대도 많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면~
남편이라면~
애아빠라면~
이런 식으로 내 머릿속에서만 토를 달고, 그가 마땅히 (내 기준에서) 해야 할 일을 기대하고선, 안하는 그를 보며 실망만 쌓아갔다. 근데 문제는 이게 내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는 거다. 솔직하게 입밖으로 꺼내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을...


{Episode II}
얼마 전 아들과의 대화에서 나도 모르게 아들의 말투를 지적해 버린 적이 있다.
"엄마, 걔는 원래~~~ 그래요"
"재원아 근데 세상에 '원래'는 없어.

원래 라는 말은 너무너무 당연한 걸 뜻하는 말이기도 한데, 그렇게 말하면 다 네 뜻대로 행동해줘야 한다는 뜻이 되거든?

예를 들면 엄마는 원래부터 엄마는 아니었고, 이 집도 원래부터 우리집은 아니었고, 우리가 먹는 음식도 원래 우리건 아니었던 거지..."


일장연설이 되버린 내 말을 듣다 눈이 살짝 풀린 아들을 보며, 아뿔싸 또 꼰대질을 했구나 싶어서 후회했다. 그래서 얼른 좋게 마무리짓고, 굿나잇 키스를 하고 별 등을 켜준 후 나왔다.



그러고 보면 나는 #당연하다 라는 말에 뭔가 딴지를 걸고 싶은가보다. 이 말과 관련해서 당한 것도 많았나보다.

살다보면 뭔가 (내 생각에) 당연하게 흘러가지 않는 상황들과 자주 맞닥뜨린다. 치약이 치약꽂이에 있지 않고 로션이 부엌에 있는 사소한? 상황부터 시작해서 '남편이 내 생일보다 본인 조기축구 참석을 중히 여기는 상황'이나, '내가 시간과 노력을 써서 디자인도 하고 아이디어도 제공했는데 재화로 환산되지 못하는 상황'도 수두룩 빽빽하다. (그래서 어제는 새롭게 포스터 디자인 업무를 지원하기로 했더니 바로 인건비 얘기를 꺼내주셔서 감격의 눙물을....)

여하튼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 머리에 맞았던 망치는 결론적으로 기분 나쁘지 않았다.

내가 매일 지겹도록? 같이 붙어 지내서 못마땅해 보였던 남편이 타인의 시선으로 볼 땐 매우 괜찮은 남자라는 걸 발견했다. 어쩌면 나 또한 나의 '당연' 이라는 프레임에 그를 대상화해서 충.조.평.판.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이들에게 "세상에 당연한 건 없어~" 혹은 "원래 부터 그런건 없어, 다 변화하는거야~" 조의 말을 늘어놓고 싶다면, 나부터 인지해야 한다.

나에게 지금 주어진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게 아니다.
나의 남편, 아이들, 이 집, 음식, 옷, 정원, 일, 가족, 사람들...모두 당연하지 않다. 다 서로의 관심과 사랑, 노력이 버무려져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보니 내 삶을 보는 프레임이 바뀐다.

당연하다 ☞☞☞☞ 감사하다


p.s. 이 글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람코치 #당연하다는말 #잠시넣어두셔도좋습니다 #감사해요 #매일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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