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내년 3월 말 이사 갈 집을 계약하는데 있었던 지난한 과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이사와 전학이 잦았다. 아버지가 발령이 잦은 직종에 근무하셨기 때문인데 같은 도시 내에서도 이 동 저 동 다녔었다. 심할 떈 한 해에 두 번 이사를 간 적도 있어서 3학년엔 내 담임 선생님이 세 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기소개에는 도가 트게 되었고, 내 마지막 자기소개는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다 생략하고 이런 식이었다.
“안녕, 나는 ~~에서 전학 온 신은희야.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쉬는 시간에 내 자리로 와. 친하게 지내자~”
사족이 길었는데, 여하튼 이런 경험들이 커서도 집에 대한 집착을 부르게 될 지 그 땐 미처 몰랐다.
영화 노매드랜드 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집은 허상인가, 마음의 안식처인가
"나는 Houseless 지, Homeless가 아니야" 라는 대사도 나왔지…
요는 내가 집을 볼 때에도 집이 없어서 애가 탄다기 보단, 내 집을 어떻게든 내 맘대로 꾸며보고 싶은 인테리어 디자인 욕구가 강한데 비해 현실여건이 안 받쳐주는 것이 문제다. (읽는 사람에 따라선 사실 그 말이 그 말처럼 보일수도 있겠다)
여하튼 나에게 딱 맞는 집은? 이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나에게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없다’ 였다.
왜냐하면, 나는 늘 더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질문이 던져졌으니 정성껏 답해보기로 한다.
1. 나에게 딱 맞는 집은?
- 분리된 공간이 아기자기 조화를 이루는 곳.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부부든 자녀든 여하튼 각방을 썼으면 좋겠다. 우리는 너무 정이 많은 사회를 넘어서 지나치게 서로의 사적인 공간을 침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혼자 있는 공간에도 정보의 홍수가 흘러넘쳐들어오니 말 다했다.
난 평소 말도 많이 하고(강의), 더 많이 듣는(코칭)데다, 생각을 넘치게 하는(콘텐츠개발) 일들을 업으로 하고 있기에, 집에 돌아오면 온전한 휴식이 고프다. 무소음 상태에서, 아니 이따금 들려오는 새소리나 바람 소리 정도는 괜찮다. 물결 소리가 잔잔히 들리거나 빗방울이 타닥타닥 창밖을 두드려도 좋겠다.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퀘스트만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