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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코치 신은희 Jul 11. 2021

흔한 남매 싸움에 대처하는 법

거친 남매와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엄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보석같은 두 아이는

두 살 터울인만큼 더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리라는

애초 엄마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이단분리 증상은 수시로 일어나고

거친 다툼은 10분이 멀다하고 일어난다.

서로 맞았다고 우는데, 때린 사람은 없다는 납량특집도 현재진행형.


하아...나도 배운 엄마라, 감정도 읽어주고

황희정승처럼 둘 다 옳다 해주고 싶은데

현실은 나도 이미 일에 지쳐있고

자기보호본능에 충실한 분노 반응이 제1순위로 일어나버린다.


기존엔, 엄마의 개입을 최소화 하기 위해 둘이 방에 들어가 격렬한 토론 끝에 협의를 하고 나오는 방식으로 처리했는데, 여름이고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바람에 상처입은 두 새끼짐승을 밀폐된 공간에 두는 건 몸의 대화를 돋굴 뿐!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얼마전부터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봤다.



* 이 방법은 7세 둘째가 드디어 한글을 제대로 읽고 쓰게 되면서 가능하게 된 방법이다.


싸운 정황 설명을 말하라거나 서로에게 원하는 걸 말하라고 하면 설명하다 울부짖기 일쑤인 우리 아이들... 억울함을 연필로 쓰게 하니 좀 진정되는게 보였다.


1. 적당한 크기의 백지 2장을 나눠줬다.

2. 한 장엔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억울한것, 요구하고 싶은것, 감정 등등)을 적게 하고

3. 다른 한 장엔 엄마에게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 는 조의 약속을 쓰게 했다.

4. 작성 시간은 충분히 줬고, 아직 맞춤법을 모르는 둘째의 쓰기 지원도 귀찮은 내색 없이 확실히 해줬다.

5. 다 작성한 건 모두 엄마에게 제출하게 한 후, 함께 있는 자리에서 엄마가 읽어줬다.

6. 쓰면서 한 차례 스스로 화가 누그러졌던 아이들은, 엄마의 다소 과장된 연기와 함께 읽어주는 서로의 글에 빵 웃음을 터뜨리며 감정이 해소된다.

7. 이 때 엄마가 꼰대스럽지 않게 살짜쿵 바람을 이야기 한다. "엄마도 바라는 거 하나 있어, 둘이 사이좋게 잘 지내면 참 좋겠다~"


* 여기서 중요한 건, 이보다 훈계가 길어지거나 애들이 써온 글의 맞춤법을 지적하는 등 부모의 판단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


동생에게 보내는 딸의 편지

딸의 글을 읽어보니 쓰면서 점점 스스로를 돌아보는게 느껴져 너무 기특했다.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  by 딸

특히 감탄한 부분은 엄마에게 쓴 제안?부분이었다.


"재희야, 아이디어 정말 멋지다~~ 엄마가 이해한 게 맞다면, 1. 이유없이 때린 사람에게는 엄마가 정한 벌을 내리고 2. 둘 다 때렸다면 시간걸리는 글쓰기보단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 표현하게 하고 3. 심하게 때린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정한 벌을 받도록 하기! 맞니?"

"네, 맞아요. 제 생각이 어때요 엄마?"

"이런 아이디어를 낸 네가 자랑스럽구나. 특히 2번은 다음에 바로 적용해보자"

"네 좋아요, 엄마"


 아이의 생각이 벌써 이렇게 자랐다는게 기특하고 또 사랑스러웠다.


킬링 파트는 7세 아들편! ㅎ

엄마에게 그렇게 열심히 물어보며 썼음에도 불구하고 폭소를 유발하는 오타 구멍이 곳곳에 숨어있는데다, 아들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내용이라 흥미진진했다.

아들이 쓴, 누나에게 하고 싶은 말

내가 때린건 아니고 누나가 때렸으니까 내가 TV를 보겠다! 는 기고만장한 내용ㅎㅎ

그런데 중간 7~8번 라인에 자신이 잘못했다는건 무슨 말이나고 물으니 그 대답이 또 가상했다.


"저도 잘못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그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대답하며 배시시 웃는 저 아헤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엄마한테 쓴 편지는 더 웃기다.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철자 물어볼 때부터 알아봤다ㅋ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이거니?아들아? ㅎ


그래, 이렇게 명랑하면 됐지 뭐~ 뭘 더 바라겠는가?




언제 싸웠냐는 듯 다시 사이좋게 노는 아헤들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나이가 더 많다는 이유로,
내가 엄마라는 이유로,
이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무력으로 좌지우지 하지 말자.
어린이라는 세계는 어른보다 넓고 깊다.'



오늘도 엄마라서 배운다.

앞으로 2주간 더 피곤하겠지만 사랑하니까

함께 지지고 볶고 이해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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