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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코치 신은희 Jul 06. 2021

발아를 기다리며

가능성을 믿어본다.

나는 「나만의 작은 정원 키우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1기는 꽃을 씨앗부터 심고 키워봤고 2기는 오이와 방울토마토 씨앗을 심었다.

심은 날은 일주일 전인 6월29일.

새싹 발아는 아직이다.


사실 지난 1기에서도 내 씨앗이 가장 늦게 발아됐었던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그래서 불안했다. 이 와중에 단톡방엔 하나둘씩 발아를 알리는 기쁨 찬 사진들이 올라왔다.


아직 싹을 못 틔운 내 화분을 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모임 리더인데...
혹시 내 화분 싹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


내 혼잣말을 들은 우리딸이 물었다.

"엄마 꽃이 피려면 얼마나 많은 씨앗이 있어야 하는지 알아요?"

".......?"

"엄마, 내가 책에서 봤는데요~ 꽃씨가 100개 있어도 꽃을 피워낼수 있는건 한 두개뿐이래요. 그렇게 어려운 거예요. 얘네는 이 안에서 다 이겨내고 나오려고 애쓰고 있을거예요. 엄마는 끝까지 해내는 성격이니까 잘해낼수 있을거예요."


아...눈물이 핑 돈다.

얘는 어쩜 이렇게 하는 말마다 감동을 줄까?


하루가 또 지났지만 역시 감감무소식인 내 화분.

내가 물끄러미 화분을 바라보고 있자 딸이 웃으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다.


"엄마, 이 화분 속 씨앗들은 엄마예요!"

".........???"

"얘네는 강해요. 그리고 꼭 빛을 볼거예요. 왜냐면 엄마는 그런 사람이니까."


크흙....이래서 딸을 키우나보다.

감동의 도가니를 뒤로 하고 생각해본다.


나에게는 무엇이 중요한걸까?

내가 모임리더니까 내 화분의 싹이 빨리 트는것?

아니면 가능성이 많지만 조금은 느린 이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것?


전자는 당연히 바라는 바였지만 딸과의 대화를 통해 가능성을 믿는데 마음이 기울었다.


어쩌면 나의 관심과 사랑이 부족했을수도 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을 위한 선물로 생장등을 구매했다.

싹이 나든 안 나든, 얘네는 나름대로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나는 줄탁동시를 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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