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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코치 신은희 Aug 09. 2021

비워야 산다?

사운드를 비운 슈퍼밴드의 승!

사실 인디워커에게도 월요병은 있다. 회사에 적을 두고 있는 파트너들의 연락이 월요일 오전 오후를 채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월요병이라는 걸 느끼기 어렵게 됐다. 매주 월요일 저녁 9시엔 슈퍼밴드2가 방영되기 때문이다!


나는 드럼을 배운지 3개월차이자 소싯적 밴드보컬 3년 이력이 있고, 남편은 일렉기타를 친지 2년차, 둘째는 유치원 방과후반에서 드럼 배운지 4개월차라 우린 서로 할말이 많다. 첫째는?또 뛰어난 음악귀 되시겠다. 우리 가족은 향후 가족밴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이 날만큼은 아이들의 늦은 취침도 암묵적으로 허용된다.


늘은 우리가족이 기립박수를 친 밴드가 한 두 팀 있었다. 사실 모든 팀이 좋았다. 특히 여성 트리오로 구성된 린지팀은 완전 나의 취향저격! 그러나 10대부터 40대까지의 마음을 모두 울린 건 예지팀!!!! 


밴드 오디션이니만큼 매 라운드마다 욕심을 내기 쉽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기량은 이따만큼인데 나의 시간은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Time is running out 을 불렀던 발로팀도 매력있었지만 역시나 두 프로듀서의 강약조절 실패! 모든 아이디어를 채워넣고 가서 발생한 일이다.


예지팀은 오케스트라 사운드 연출력을 갖춘 오은철을 영입해 풍부한 MTR사운드를 만들어 첫 합주시도를 했다. 우리 같은 일반인이 듣기엔 썩 좋았는데 역시 전문가는 달랐다. 방송 무대에서 정말 보기 드물게 완전 생음악으로 승부보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인위적인 사운드 메이킹 없이, 서로의 호흡과 눈빛에만 전적으로 의지하고 신뢰해서 만들어낸 사운드! 게다가 엄청 센 보컬이었던 예지의 감성 보이스 전환! 두둥~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는 말해뭐해ㅠ 정말 이런 음악으로 사람 모두를 홀리다니! 나는 눈물이 났다.


이에 대적하는 라이벌팀도 만만치 않았으니. 내 원픽 프런트맨인 김슬옹이 드디어 트리오를 구성했는데!!! 이거슨 미친 세션! 연주자라면 당연히 누구나 탐낼 연주고수들의 최고합! 나도 저런 사운드 속에서 노래불러봤으면~ 싶은 조합이었다.


이들은 최고난도 필살기 연주스킬을 모두 쏟아냈다. 내가 응원하는 프런트맨이 있으니 눈도 즐겁고 귀도 즐겁고 춤이 절로 나오는! 전율이 넘쳐흐르는 사운드의 향연이었다.


'아~어떤 팀이 이길까~'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보는데,

한 심사위원의 평에 숨이 멎었다.


예지팀은 가슴을 울리는 감성사운드였고
슬옹팀은 뇌가 즐거운 사운드였어요~
실력은 최고였죠. 그런데 감정은 어디서 찾을까?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 팀은 최대한(오디션 경연에선 이례적으로) 사운드를 비웠고, 한 팀은 최대한 모든 사운드를 채웠다.


결과는...

어찌보면 위험한 선택이었다. 예지로서는 잘하고 이미 인정도 받은 독보적인 쎈 보컬로 계속 밀고 나가도 됐을텐데, 애시당초 서정적인 어쿠스틱 밴드 구성을 염두에 뒀다는 점이 놀라웠다. 나머지 세션들의 감성은 말해뭐해ㅠ  


뭐랄까...이번 라이벌전을 보며 느낀점이 많았다.

모든 참가자들이 하나같이 다 자신의 찐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혼신을 쏟았다. 사실 실력에 있어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하지만 슈퍼밴드가 재밌는 관전포인트는 여기 있다.

이번 라운드는 어떤 식으로 곡을 해석해서 대중성과 음악성 모두 보여줄지, 무엇보다 어떤 방향으로 내 색깔을 보여줄지 고민하는 과정과 그 합이 만들어낸 결과를 보는게 즐겁다.


중요한 건, 개인 장점들만 최대로 살린 플레이보다 최대한 곡의 통일된 방향성을 위해 서로 조금씩 내려놓고 합을 맞추기 위해 비워낸 팀들이 이긴다는 점이다.


경연장에선, 이때다싶어 다 보여주고 싶을 수 있다. 왜 아니겠는가? 그러나 때론 그런 욕심도 덜어내고 적절한 빛을 일관되게 발하는 것도 덕이 된다.


경연도, 사회에서도, 가족끼리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꼭 이기려고 사는건 아니지만, 나를 좀 비워낼때 더 채워지고 같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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