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드로잉프렌즈 클래스 주제는 '포즈 드로잉'이었다. 어반 스케치를 하는 데 있어서 어디 풍경이든 사람들은 꼭 지나가니까, 사람을 그려 넣는 건 그림의 역동감과 생동감을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
그간 내가 주로 그리기 좋아한 소재는 풍경이었다. 풍경화엔 사람을 굳이 안 그려 넣어도 되고 풍경만으로 힐링이 됐다.
사람 그리기는 왠지 비율이나 그런 게 어려워서 잘 안 그려졌다. 컨투어 드로잉을 알고 나서 그나마 우리 집 아이들 대상으로 한 선 이어 그리기를 해보긴 했던 게 다였다. 있는 그 자리에서(여행지에서)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빠르게(약 5~10분) 캐치해 그리는 스케치에서 사람이라는 디테일을 그려 넣기란 여간 겁나는 일이 아니었다.
그런 내게 엊그제 배운 인체 포즈 드로잉 스킬은 신세계였다.
1. 똑같이 가 아니라 분위기를 그린다 2. 인간의 모든 동작은 관절이 꺾여 만들어진다(이것은 마치 구구단!) 3. 관절 뼈대 먼저 그리고 연결만 해주면 끝!
※주의사항: 정성스럽게 하지 말 것!
조금 더 발전한 졸라맨을 그리면 된다!!!
머리통 하나 그리고, 몸통 그리고, 관절의 위치만 그린 후 연결하면 사람 스케치 끝!
정말 인상 깊었던 건, 우리가 예전에 사람 그리는 방식 설명이었다. 예전엔 사람 그릴 때 얼굴 그리고 나선 옷을 먼저 그려버리니까 인체 구조상의 핏을 살릴 수 없었다는 말씀을 듣다가 소름!
어쩌면 예전부터 우리는 '옷에 몸을 맞추라'라고 세뇌당한 걸 지도 모르겠다. 포즈 드로잉을 배우니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골격대로 포즈를 그린 다음 옷을 그 몸에 맞춰 그려줄 수 있게 되었다. 유레카!
거기에다가 지난번 배운 나무 드로잉으로 공원을 배경 세워줬더니... 아니, 나도 어반 스케치 할 수 있잖아?
이번 주 미션은 숲 속 공원에 사람들 있는 풍경을 그려보는 것이다. 잡지 모델 등을 보면 관절 구조 그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뭐 그릴까 써칭하다가 갑자기 떠올랐다.
'아! 영화나 드라마 포스터는 어때?'
'아.. 아니 「오징어게임」 장면을 그릴까?'
그렇잖아도 대규모 인원을 그리는 선생님의 시범 장면에서 우리끼리 채팅창으로 이런 말을 했었다.
"와~ 마치 오징어게임 장면 같은데? ㅋㅋ"
그래서 어젯밤, 모두 잠든 후에!
드로잉을 시작했다. 장면들을 보다가 역시나 대규모 포즈드로잉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장면이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어제 8부작을 30분 분량으로 압축해본 터라 감정이입도 최고조!
좋았어 그려버려!
처음엔 저 무서운 거대 영희 모형 그리고, 나무 뼈대 그리고...(뼈대만 그릴랬는데 또 정성이 들어가버렸...) 이정재 먼저 그리다가.... 헤어스타일 얹는데서 열정의 뽀글이 스킬을 시전 해버렸다.
아... 선생님이 너무 정성 들여하지 말랬는데...
여기까지 그리는데 약 17분.
시간은 자정을 넘겨버렸...
고 할까 스톱할까 할 땐?
나는 무조건 '고'다!
아.... 역시나 사람이 너무 많구나 허허허
그렇다면 모두 눕혀버리자!라고 내가 생각한 게 아니라 실제로 포스터에서도 시체가 쌓여있는.... 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