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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코치 신은희 Oct 25. 2021

줄에 걸려 넘어져도 괜찮아요

줄넘기는 선택사항

회의 후 다음 강의 시작 전 잠깐 쉬는 30분 사이에 7세반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유치원서 전화가 오면 왠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애가 아프거나 아님 다쳤거나, 애가 다른 애를 쳤거나....의 경우의 수가 떠오르가 때문이다.


다행히? 다른 건으로 전화하셨다.

"어머니, OO이가 좀 많이 느리네요."

"네? 무슨 말씀이실까요?"

"원에서 곧 줄넘기 대회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OO이는 자꾸 줄에 걸려서 10개도 못해요."

".........?"

"다른 애들은 요새 100개씩 하거든요. 어머님께서 주말에 신경 좀 써주세요."

"아.....네...."


다음 강의 준비 때문에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끊었지만,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니 뭔가 울컥하고 올라왔다. 남편도 얘기 듣고 나더니 한마디 했다.

"뭐 줄넘기가 대수야? 애긴데 줄넘기 100개 꼭 넘어야 해?"


사이다! 뭐가 답답한가 했더니 그런 잣대가 아쉬웠던 것 같다. 가뜩이나 7세반은 초등입학 전이라고 유치원서 이것저것 예습시킨다고 난리다.


둘째는 12월생이라서 늘 학습과정을 따라가기 버거워했다. 머리가 안 따라준다기 보다 발달단계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글도 8세부터가 배움의 적기라고 생각하기에 난 첫째도 둘째도 깨우치라고 다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림을 보고 감각을 일깨우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하는 엄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유치원 교과과정의 영향을 받는데 이 유치원의 교육속도는 너무 과다해서 우리애가 안쓰러울 정도다. 알고보니 원장님이 예전엔 초등학교 선생이셨어서 그렇단다.


여튼 나도 참 승부욕 강한 사람이라 그 주말에 아이랑 줄넘기 연습을 시작했다. 한번 하고 걸리고 한번 하고 걸리고 하니 아이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져갔다.


"엄마, 난 못하는 아이인가봐요.엉엉엉"

"아니야, 못하는 아이는 없어. 선택을 하는거야. 계속 노력할지 말지는 OO이의 선택이야. 하지만 줄넘기를 잘하든 못하든 OO이는 변함없이 사랑스러운 엄마 아들이야. 줄넘기 못한다고 엄마가 혼낼일은 없어."

"근데 유치원서는 왠지 눈치보여요."

(찡~~)"그러지 않아도 돼. OO이가 잘하는게 뭐뭐 있었더라?"

"음...저는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좋아하고 책도 만들 수 있어요!"

"거봐~ 잘하는게 많네? 다른친구들도 그거 다 잘해? 아니지? 사람마다 잘하는게 다른거야. 그러니까 이게 너를 너무 힘들게 하면 하지말자"

"그래도 잘하고 싶어요."

"네가 그렇다면 엄마랑 좀더 연습해볼까?"

"네!"


그렇게 매주 연습해서 이제 10번 정도는 안 걸리고 넘는다. 100개는 언감생심이지만, 그건 그 선생님의 기준 아닌가? 우리 목표는 '1개 넘어보' 였다. 1개 넘기 부터 시작하고 엄청난 칭찬을 퍼부으니 아이는 점점 용기를 냈다.




오늘 오전 등원길, 유치원 버스타려고 모여있는 엄마들 사이에서 다른 아이들이 자랑한다.

"저는 어제 쉬지 않고 ~~개 했어요"

"우와 대단하다, 나는 ~~개 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극심한 경쟁사회는 유치원 때부터 부추겨진 평가와 기준의 산물 아닐까?

우리는 다 다르고 각자 잘하는것도 다 다른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 똑같은 기준을 놓고 노력하라고 시키니... 살맛이 나겠나?


나는 우리집 안에서만이라도 아이들이 지나친 경쟁심리에 탈진하는 일이 없도록 경쟁프리지대를 만들어주고 싶다. 사회에 나가선 어 수 없이 서로 타협해야 하는 선이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다른 길을 선택수 있음을... 아이들이 알고 자라났으면 좋겠다.


경쟁이 다 가 아니고,
각자가 빛나는 존재임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다 다를 수 있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함께 실천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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