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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코치 신은희 May 09. 2022

나홀로 비밀휴가

제주 당일치기

입사5개월차,  넘 일에 찌들어보였는지 옆 동료가 권한 휴가제의를 덥썩 받아버렸다.

그리고...가족에게도 말하지 않고 비밀리에 제주로 가는 항공편을 예매했다.

난생처음! 완전 처음 해보는 나만의 비밀모험!

비밀리에 제주로 왔으니

난 출근한 셈!


엄마한테도, 남편한테도,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는다.

와! 나 완전 비밀탐정 느낌....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렇지ㅠ

날씨는 최상! 간 코스도 갓벽!

두통만 없었으면 완벽했던 나의 제주 하루♡

기록으로 남겨본다.



모든 여행은 계획을 짜서

효율적인 동선으로 이동하길 선호하는 나이지만...

요즘엔 지쳐서 다 부질없단 주의라...

무계획으로 제주공항에 당도했다.


무계획이라지만 당일치기인만큼 어디가보고프다...

이런 건 있었는데...

비행기가 지연되는 바람에 #비양도 도 #가파도 도 빠이빠이되었다ㅠ


한참 오지않는 버스전광판을 바라보다가 비싸지만ㅜ 내 시간을 위해 과감히 택시를 타고 애월카페거리로 향했다.

시작부터 이쁜 풍광, 맑은 하늘, 바닷바람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혼자 비밀리에 서두르느라 시장했던 차...두리번거리다가 눈에 들어오는 식당에 들어갔다.

전복돌솥밥을 먹고도 두통이 가시지가 않아서

이 바람에 걷기보다 쉬기를 먼저 선택!

눈앞에 보이는 이쁜 유럽풍 카페에 들어갔다.

알고보니 신상 핫플레이스, #콜린제주 였다.

와 정말 내가 리마인드웨딩을 한다면 여기서 하고싶다 싶을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완전 내 취향저격!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선 워너비 플랜2를 실천했다. (워너비 플랜1은 혼자 급! 제주 당일치기 )

바로, 카페에서 그림그리며 시간보내기!

이걸 위해 내, 미니 수채도구와 카디페이퍼,  컬러플러스펜을 챙겨왔지!


사방이 다 아름다워서 뭘 그릴까 한참을 고민하다 사부작사부작 맘 가는대로 그려봤다.

그림은 정말이지 주변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도구다. 그리다보면 더 관찰하게 되고 관찰하면 대상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더 그려볼까 하다가

시간상 이제 일어나 걸으며 더부룩한 속을 달래기로 한다.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는 투명카약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주변이 떠들썩하다. 하나같이 신난 얼굴이라 보기만 해도 함께 즐거워진다.


혼자라도 타보고 싶었지만, 뚜벅이라 버스시간을 감안해 과감히 패스하고 걸어간다.


오늘따라 수국도 수국이지만 길가 현무암 사이로 빼곡히 일가를 이룬 선인장꽃들이 내 마음을 빼앗아가버렸다.

돌 사이에 피어난 꽃이나 시멘트길가에 핀 작은 꽃들은 어김없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쩜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변함없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꿔나가는건지...참 존경스럽다.


부드러운 백사장은 아니지만, 제주 현무암의 검은빛은 늘 매력적이다. 쨍한 햇빛에 부서지는 윤슬과 파도는 또 어떻고!

아무 돌에나 털퍼덕 걸터앉아 짭쪼롬한 바다내음을 음미한다. 검은돌 사이사이로 머리를 내밀었다 인기척에 놀라 숨어버리는 이름모를 바다생물들과, 내발밑까지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반짝이는 잔물결들을 나홀로 만끽한다.


가족들과 같이 왔다면...

사방으로 흩어지는 깨발랄한 아헤들 안위를 위해,

무심한 남편 대신 나혼자 이리뛰고 저리소리지르다 지쳐버렸겠지...


아몰랑, 오늘은 어찌됐든 나혼잔데...

왜 자꾸 생각의 꼬리를 물고 앉았니...

멍 때리자 멍!

어찌됐든 한 시간여를 혼자 걷다 앉았다 사진찍다 하다보니 쉴새없이 벌렁이던 심장박동수가 차분해졌다.


이제야 좀 쉬는것 같네.

프리일때도 회사다닐때도

난 너무 사방에 일복이 터져서

참 내 몸과 맘 보살필 틈이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비쌌지만 ...눈물 머금고 확 끊어버린 제주행 뱅기표가 내가 참 힐링을 줬다.


나를 위한 사치니까...


앞으로도 시간 좀 내주자.

나를 위해.




#제주당일치기 #나혼자여행  #카페에서멍때리기 #콜린제주 #애월카페거리 #어반스케치 #애월한담산책로 #바다멍 #뚜벅이여행 #물멍 #투명카약은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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