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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코치 신은희 Oct 21. 2023

아빠의 사랑

인생은 지독한 반복이야

토요 당직 근무 후 가족들 저녁 다 먹이고 설거지까지 끝낸 다음, 붕어빵 사달라는 딸 심부름?할겸 혼자 걸을겸 밤산책을 나갔다.


하늘을 보니 얼마전에만 해도 초승달인거 같았는데, 벌써 상현달이 돼 있었다. 동네를 두어바퀴 돌고 붕어빵집은 문닫아서 돌아갈까 하던 찰나,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아빠?"

"우리 큰 딸~보고싶어서 전화했지~~"


'어, 아빠 술드셨나...' 생각이 스치는데 아빠가 묻는다.


"은희야, 술은 왜 마시는지 아니?"

...

"좀 더 감성적이 되려고 마시는거야~~

너도 알다시피 아빠 평소엔 무뚝뚝하고 팩트만 따지잖아~~~"

.

.

.

우리 아빠는 엄청난 애주가시다. 사람들도 좋아하고 기분파라 늘 2차는 집으로 몰고 오셔서 왁자지껄 드시는걸 좋아하셨다.

 

밖에서 다 드시고 오시는 날엔, 야심한 시각이어도 우릴 다 깨워서 앞에 앉힌 다음, 아빠가 자녀들한테 하고싶은 말을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전해주는걸 좋아하셨다.


일방통행이긴 했지만 워낙 달변가셔서 꽤 쏠쏠한 인생꿀팁도 많았다.


이젠 다 분가해서 따로 사니, 그럴 일이 없지만

이렇게 취하시면 연례행사처럼 어쩌다 한번씩 전화하신다.

보통은 얼마나 길어질까 걱정될때도 많았는데 오늘은 울컥했다.


취한덕에 여러번 반복해주셔서 더 기억에 남는

오늘의 우리아빠단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요약해본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인생은 지독한 반복이야,

그러니 내가 왜 또 이러고 살고 있나 탓할필요가 없어.

이건 아빠가 한 말이 아니고, '임어당' 이란 사람이 한말이야.

<생활의 발견>이라는 책 읽어보렴.


인생의 본질은 외로움이야.

사람들은 외로우면 공간에서 해결책을 찾으려해.

누굴 만나거나, 사귀어서 해소하려고 하지, 근데 다 부질없어.

외로움은 신체 내 세포처럼 본질적인거거든.


혹시 너도 지금 상현달 보고 있니?

지금은 반쪽이지만 곧 차오를거고

보름달이 됐다가 다시 이지러지겠지

그게 인생이야


자기계발서는 필요없어, 다 똑같은 소리야.

내 스타일대로 사는게 제일이야.

헛된걸 쫒지말고 나대로 살아.


인생에 기회가 세번 온다는거?

다 거짓말이야.

백번도 올수 있고, 안 올수도 있어.

안오면 내 잘못이냐? 그것도 아니야

그냥 받아들이면 돼.


힘들땐 아빠한테 전화해.

아빠가 도움되는 말도 해주고

정신번쩍드는 소리도 해줄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왠지 아빠 말에 자꾸 눈물이 흘러서 닦다가

예전 아빠의 이메일이 떠올라서 캡쳐해봤다.

대학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캐나다 어학연수를 최장 6개월만 목표로 갔었다.

홈스테이도 학원도 일단 3개월만 끊었었고 지켜보자 했는데

왠걸 이민가고플만큼 생활 적응이 빨랐다.


약속된 기한보다 더 있고 싶어한다는걸 엄마한테 전해들은 아빠가 최초로 내게 보냈던 전자우편이었다.


첫 단락을 읽자마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공부는 더 하고 싶고, 생활비는 부족한데

그래도 아빠는 내 뜻을 응원한다는게 그렇게 큰 힘이 되었다.


이후 고심끝에 3개월 비용을 더 보내주셨고

그 돈으로 인턴십 통번역과정을 듣고 이후 비용부담을 안 드리려고, 캐나다한국일보 인턴기자로 취직해 1년을 직접 생활비 벌며 공부하며 지내다 귀국했었다.


평소엔 서먹한 부녀사이지만, 내 인생의 중요지점마다 결단을 내려주시고 아낌없이 지지해준 아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아빠와 통화 후,

우리 자식들한텐 아까 먹고 싶다던 홍시를 사서 귀가했다.

이런게 바로 내리사랑인갑다.


흐~~아부지...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내리사랑 #감수성부녀 #철학자아빠 #인생선배

#나는내방식대로존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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