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로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같은 길을 가는 것보다 새로운 방향으로 가 보는 걸 즐겨한다. 하지만 코로나는?? 처음이다. 이런 상황, 환경은 우리모두가 처음이다.
코로나 상황은 이제 뉴노멀이 되어 버렸다. 처음엔 매일 글쓰기도 '코로나' 란 소재로 갖다 쓰며, #에니어그램 유형도 적용해보고 #코로_숨을_쉬는_나! 란 식으로 개작해서 콘텐츠도 만들어보며 이렇게 지나가겠지 했었다.
하지만 유행이 자꾸 되풀이 되면서 끝나겠지 하던 희망도 사라졌다. 마스크를 쓰니까 숨은 답답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라 집 밖을 못 나가니 더 이상 일상에 새로운 게 없는 느낌이다.
매일 같은 곳에서 자고, 일어나고, 먹고, 지지고 볶고... 공간의 분리가 없으니, 매일 같은 사람을 보니 가뜩이나 감정기복이 심한 나에겐 하루에도 수백번씩 울화감정의 파도가 몰아친다.
명상도 하고, 요가도 하고, 마음회복 코칭도 하고,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 내가 이렇게 다운돼 있어도 되나?
다들 새로운 환경이다 해서 ZOOM 외에 다른 다양한 디지털 툴을 모두 끌어와서 결합하며 새로운 융합의 시대를 앞다퉈 만들어가는 이 때,
나는 매일 도망 치고 싶은데 이 감정은, 이런 마음 상태는 옳은 건가?
매일 이런 내 무의식 속 무기력함과 싸워나가는데 지쳤다. 코로나도 피곤한데, 태풍이 또 온댄다. 지난번엔 장미, 오늘은 마이삭, 다음주엔 하이선. 도대체 이런 상황 속에 어떻게 내가 긍정적이 될 수 있담? 어디서 희망을 찾는담?
이렇게 낙담하고 있었다. 어제도 쉴새없이 몰아친 업무 속에, 나는 왜 감당도 안 되는 일더미를 맨날 이렇게 받아서 쳐내느라 애쓰고 있나 싶어 자괴감도 수없이 들었다.
오늘도 너무 피곤해서 아침에도 겨우 일어났다. 하기 싫어 하기 싫어 일하기싫어를 외치며 1시간은 꼬박 TV만 바라보다 겨우 끄고, 노트북 화면을 킨 후, 업무 전화 통화를 하고, 나도 모르게 정신 없이 다시 일을 했다.
업무로 2시간 순삭 후,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잠깐 바라보는데 다들 너무 잘 살고 있잖아! 아무래도 페친 분들이 다 내로라 하는 강사분들이 많이 추가돼있다보니 다들 회복탄력성 끝내주시고, 매일 무슨 업무성과를 이전 게임 기록 갱신하듯 매일 해내신다.
그러다 문득 45도 오른쪽으로 고개를 틀어 창 너머 바깥을 바라봤다.
아니! 태풍이라며? 이렇게 하늘이 파랄 일? 놀라서 하던 일을 멈추고 창가로 다가가서 큰 창을 가리고 있는 블라인드도 마저 올렸다.
요즘 계속 온라인 촬영 하느라 블라인드에 크로마키 천 붙여놓고 내내 블라인드를 쳐놓고, 형광등만 키고 생활했어서 우리 거실 한 켠에 창이 이렇게 컸는지 잊었었다.
바깥을 보다보니 나가고 싶어졌다. 우리집 베란다는 구조가 좀 특이해서 큰 통창이 안 열리고, 맨 좌측 하단의 조그만 정사각형 창이 여닫는 문 방식으로 열린다. 나가려면 허리를 굽혀야 하고, 계단도 좁아서 번거롭기 때문에 잘 안 나가게 된다. (물론 토마토 물주러 나가긴 하지만, 최근엔 비도 많이 왔어서 자주 못 나가봤다 ㅎ) 막상 나가니 저렇게 넓게 펼쳐진 저 푸른 하늘이 다 내 눈 안에 담긴다. 세상에!
바람은 또 왜 이렇게 시원해? 태풍이라서 무섭다고 꽁꽁 닫아놓고 환기는 커녕 밖에도 못 나가봤는데... 그냥 오롯이 서서 바람 좀 맞고 서 있으려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물론 이 바람이 지역과 범위에 따라 인명과 재산피해를 낼 만큼 할퀼 위력을 지니기도 하지만 말이다...ㅠㅠ)
기분 좋아서 그저 바닥에 바람 따라 흘러가는 물진동과 거기 투영된 하늘을 바라보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이 기분 그대로 안으로 들어와서 부엌 창문도 열었더니 통풍이 되서 종이들이 다 날라가고 난리났다. 그래서 똑바로 서 있는 애들을 다 눕혀주었다. 바람의 방향과 맞게 누웠더니 쓰러지지 않고 잘 자리에 버티고 있는 사물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나도 그간 너무 꼿꼿이 서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라는 바람이 부는데, 새로운 문화의 바람이 부는데, 나는 그냥 내 있는 그대로를 지키고 싶다며 그저 꼿꼿이 지 자리에 서 있겠다고 마구 흔들리며 버틴 건 아닌지... 이게 곧 나의 쓸데없는 에고는 아니었는지... 문득 돌이켜본다.
2020년 9호 태풍 #마이삭 은 캄보디아에서 제출한 이름인데 크메르어로 티크(Teak)나무를 뜻한다고 한다.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티크는 대단히 견고하고 습기에 강한 목재이다. '수축과 팽창이 적어 뒤틀림이나 갈라짐이 적으며 가공하기도 쉽다. 벌레에 대해 저항력이 강하고 쇠붙이에 대한 부식이 없어 특히 선박재로 많이 쓰고 차량, 건축, 가구, 조각 재료로도 중요하다.' (설명: 위키백과 참조)
모두 휩쓸어버리는 위력을 가진 태풍의 이름치고는 왠지 지금 현 상황에서 잘 버티라는 위안의 뜻을 전해주는 듯한 아이러니가 공존한다.
바람이 분다. 아니 거센 태풍이 분다. 모든 게 변하고 있다. 밖은 태풍 진로에 따라 지형이 바뀌고 코로나 바람에 경제, 문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안은 감정의 바람 소용돌이 휘말려 마구 피폐해 지고 있다.
여기서 바람을 잘 타는 방법은, 바람의 방향을 따라 눕는 것 아닐까? 내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오래 버틸 수 있게 편한 자세로 누워서 바람의 방향을 관망하는 거다. 그러다 함께 움직이고 싶다면? 바라봤던 바람의 방향으로 함께 날아가는 거다. 저항한다고 너무 애쓰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힘으로 버티거나 지키거나 함께 흘러가보거나!
베란다에 내가 키우고 있는 식물들은 바람에 마구 흔들리지만, 뽑혀 날아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위에 바라보이는 하늘은 무심하게도 해맑고 쨍한 파랑색이다. 구름까지 그림같이 예쁘다.
내 속마음도 그런거 아닐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잔잔한 위안을 주는 파란 하늘이 보이는 것처럼, 속이 시끄러워서 '아이구 나 죽네' 싶더라도, 그런 내 마음을 인정해주고 그저 끌어안으며 함께 조금 더 밝은 곳을 바라 보는 것이다. 이게 언제 끝날진 모르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삶은 계속 된다.
우리가 지금 걷는 이 길에 정답은 없지만, 내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은 선택할 수 있다.
정답찾기는 멈추고 지금 순간을 정답으로 여기고 사는 것
집단 휴진으로 병원도 못 가는 지금, 아프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나날. 가족 중에 아직 한 명도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는 것! 코로나로 오프라인 강의는 취소됐지만, 온라인 강의로라도 전환되어 나에게 계속 시도할 도전을 주는 일거리들. 정신차리고 생각해보면 아직은 그래도 감사할 일이 있다!
살아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쉬어가는 일도 매우 중요하므로! 남들처럼 더 많은 성과를 못 낸다고 더 좌절하고 슬퍼하기 보단 , 내가 좋아하는 턴테이블이나 한 번 돌려보고, 음악 들으며 위안을 받아본다.
나는 내 속도대로 걸어가는 사람이니까. 내가 고민하며 걷는 이 길이 곧 나의 정답이리라. 죽지 않으면 어떻게든 사는 건 나의 문제고, 나의 일이니 괜찮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