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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코치 신은희 Apr 28. 2021

좋은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최고보다는 최중 엄마!

KPC코치 자격 준비를 하다 보니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더 늘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 고민은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꾸 생각하고 묻게 된다.

게다가 요즘은 에니어그램코칭맘 책으로 온라인 북코칭클래스를 진행하며 엄마들을 만나고 있다보니, 이 질문 더 공명한다.
"OO님에게 좋은 엄마란 어떤 의미인가요?"



내가 만나는 엄마들은 백이면 백(나도 포함해서)
"저는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아이가 저를 좋은 엄마라고 생각할까요?"
"저는 나쁜 엄마인가 봐요."
하시며 울컥하신다.
듣고 있는 내 눈에도 금세 눈물이 고인다.



요즘 7세, 9세인 우리 집 두 아이는 10분이 멀다 하고 말싸움이 그칠 줄 모른다. 내가 솔로몬이나 포청천은 아니지만 그래도 황희처럼 양측 입장은 공정하게 들어주고 싶었다. 아직 더 감성적인 우리 아이들은 자기 입장 대변을 하다가 이내 울음보가 터지거나 상대를 힐난하기 일쑤.

지난 주말엔 아이 말을 듣다가 그만 눈물이 핑 돌아버렸다. 둘째는 누나랑 놀고 싶은데 누나는 누나대로 자신의 사적 공간이 필요하고 양보를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라 억울하단다. 나도 삼 남매 중 첫째로 자란 터라 그 아이 말이 또 그렇게 공감이 간다.

둘째는 막내라 또 이쁘니까 속은 풀어주고 싶어서
"그럼 엄마랑 놀까?" 했더니 둘째 왈,

"엄마는 맨날 온라인 강의하느라 안 놀아주잖아!" 라며 서럽게 우는 게 아닌가?

누가 보면 안 놀아준 줄 알겠네. 매일 비행기 태워주고 몸소 놀이기구 되어주고 말이 되어준지 어언 7년 찬데 꺼이꺼이. 근데 더 서글픈 건 둘째의 서러움이 내 명치에 와서 꽂힌다는 것이다.

내 속에 자리 잡고 있던, 나도 모르는 새 키워왔던 의구심, 죄책감, 회의감 즉, '내가 과연 좋은 엄마일까?'라는 질문이 내 목을 메이게 한다.

내가 뭐한다꼬 회사 다니면서 첫째를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고 야근하고, 둘째 가지고서도 대학원 휴학도 안 하고 원우회실에서 유축해가며 논문 써 졸업을 했나.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프리랜서가 되서까지 밤 새 가며 일하고 애들과 더 시간을 못 보냈을꼬.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를 그렇게 괴롭히는 '좋은 엄마'라는 명제는 누구의 기준으로 성립되는 것일까요?

집밥을 삼시세끼 해먹이면 좋은 엄마일까?
애들이 집에 있든 없든 매일 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좋은 엄마일까?
집에 먼지 한 톨 안 날리도록 유지하면 좋은 엄마일까?

답은...
우리 딸한테서 들을 수 있었다.


"엄마, 엄마 요즘 힘들어요?"
"왜~~?"
"아니 그냥 스트레스 받아보여서."
"아유~ 고마워라. 엄만 우리 딸만 있으면 다 괜찮아"
(내 두 뺨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감싸 쥐더니...)
"엄마. 엄마는 우리한테 정말 좋은 엄마예요. 우리한테 늘 최선을 다해주시잖아요. 그러니까 엄만 일도 잘하실 거라 믿어요. 엄만 우리에게 최고 엄마니까"
"......(속으로 울었다)......."


세상의 그 어떤 기준보다 중요한 건 내 아이의 마음과 생각이다. 내 아이가 나를 인정해주는 것만큼 최고로 기분 좋은 건 없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 '엄마' 들은 내 자식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젖 먹던 힘을 쓰게 되나 보다.

우리는 다 내 자식에게 '좋은 엄마'이고 싶다. 그런데 좋은 엄마이고 싶어서 아등바등 애쓰다 낮버밤반* 하게 된다. 그보다는 지금 이 순간, 소중한 내 아이와 적당한 낄끼빠빠**를 유지하며 괜찮은 엄마로 사는 게 더 오래가지 않을까?

어제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탄 미나리 친정'엄마' 역할의 자랑스러운 윤여정 배우의 말씀처럼 "최고보다는 최'중'을" 추구하며, 너무 애쓰며 노력하지 말고  '늘 우리 아이의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엄마로 기억되고 싶다.






*낮에는 버럭 밤에는 반성한다는 엄마업계 전문용어
**낄 데는 끼고 빠질 때는 빠진다는 뜻의 줄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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