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움이 독이 될 때

코치가 되고 싶어서.

by 바람코치 신은희

어떤 모임에서인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인가 내 인생 키워드 3가지를 물어봤다. 내 대답은

자유, 바람, 의미


여하튼 나에게 있어서 '자유' 란 단어는 특별하다. 나에게 자유라는 것은 무소유에 실린 싯구에 나온것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어디든, 어떤 모습으로든, 내가 원하는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방종과는 궤를 달리하고 싶다.) 내가 자유롭고 싶기에 우리 아이들도 자유롭게 존재하도록 바라보고 있고, 내가 자유롭고 싶기에 조직이나 여느 단체에 쉬이 얽매이지 않는다. (추구하는 의미와 가치가 통한다면 다르지만 말이다)


상담업계에서 11년차라, MBTI, 에니어그램, DISC 등을 포함 인간의 유형을 나누는 다양한 툴을 배웠지만 현장에서 크게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그 툴 때문에, 틀에 갖히기 싫어서였다. '나는 ~~~ 유형이야', 라는 틀이 곧 나를 옭아맬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어떤 스킬이나 툴을 사용하기보단 그저 자유롭게, 나를 찾아온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털어놓을 수 있도록 무조건적 공감과 수용과 지지를 보내는데 익숙한 나다.


그런데 얼마 전 코칭에서는 나의 이 자유분방함이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나는 현재 한국코치협회의 KPC 라는 레벨의 코치가 되기 위해 부단히 수행중이다. 아직 코칭 입문 3년차 코린이지만 코치로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늘 충만한 기분이 든다. 적극적인 경청을 위해 집중해야 하고, 그 사람의 삶의 의미를 함께 탐험, 탐구해 나가다보면 나도 모를 황홀감이 자주 찾아오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 입에서 말이 나가면서부터, '아,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내가 질문을 왜 이따구로 하고 있지' 라는 자아성찰이 절로 될 때도 있다. 조금 더 질문을 잘하고 싶고 보다 더 자유롭게 영역을 넘나들고 싶은 나의 호기심이 코치의 에고로 올라와 코칭대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코더코*를 받으며 선배 코치님들의 뼈때리는 피드백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요즘인데 그 중 가장 와닿았던 피드백은

"나를 지켜주는 건, '코칭 대화 프로세스' 라는 틀 이예요"

였다. 그 분도 자유로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성정의 분이시라, 코칭대화 프로세스 틀 대로 진행하는게 너무 어려웠는데, 오랜 수련을 거듭하다 보니 결국 고객과의 대화에서 코치를 지켜주는 건 코칭 대화 프로세스 였다는 본인의 사례를 말씀해주시는데 눈이 번쩍 뜨였다.


*코더코는 '코치더코치' 라는 말의 줄임말로써, '지원자'가 코칭하는 장면을 상위레벨의 전문코치가 직접 관찰하여 전문코칭 역량과 스킬에 대해 피드백, 코멘트, 코칭 등을 받는 슈퍼비전(supervision)을 뜻한다.


'아~ 내가 바람처럼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한다고 해서 고객이 코칭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게 아니라 내가 기본 프로세스라는 틀을 기반으로 탄탄히 대화를 나눴을 때 더 명료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거구나'


문득, 최근 받기 시작한 드럼 레슨에서의 대화가 떠올랐다.

"은희님은 음악을 이미 잘 알고 계시니까, 금방 익히실 거예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기본기랍니다. 기본 박자 틀에서 절대 벗어나면 안 돼요."

"네? 왜죠? 재즈는 자유로워 보이던데요"

"맞아요, 듣기엔 재즈가 참 자유로운 음악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가장 기본기를 지켜야 하는 음악 장르이기도 해요. 기본 박자 틀에서 자유롭게 노는거지, 그냥 자기 멋대로 플레이하면 밴드와 합을 맞출 수 없거든요"

"........"


뭔가 그저 무한정 자유롭고 싶다고 해서, 기본기를 무시하고 갈 순 없는 거였다. 이게 비단 재즈와 코칭 뿐에서만 이겠는가. 관계 속에서도 예의라는 기본기가 중요하고, 살기 위해서도 탄단지와 물 같은 기본 영양소가 중요하다. 쓰다보니 너무 멀리 왔지만, 자유만 추구하는 게 뭔가 인생을 자유케 하는 느낌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코칭을 통해서 새삼 깨달았다.


자유롭고 싶은 내 바람도 인정하고 다독여주되, 의미있는 코칭 대화를 위해 코칭 대화 프로세스 라는 기본기는 체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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