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라는 얘기는 들어봤다.
이 아이는 어디에서 온 지 모르겠다.
여우 피해 호랑이굴 들어간다고 했던가?
그냥 블랙홀에 빠진 것 같다.
이 일 저 일에 밀려들어가 나의 온 기를 뺏기는 것 같은데 당최 나올 방법을 모르겠다.
어린 아이의 모습일 때,아들은 참으로 귀여웠다.
순둥순둥 잘 웃었고
뒤척이다가 뒹굴다가 홀로 잠들었다.
레고 놀이를 좋아해서 지구에서 유일한 듯한 창조물을 만들어 냈으며 온갖 종류의 공룡 이름을 혀 짧은 소리로 기억해내 때때로 내가 천재의 엄마인듯한 황홀함도 주었다.
무언가 실수를 하면 내 팔을 만지며
'미안해'를 연발하며 까만 눈동자로 내게 용서를 구했다.
너무나 활기차서 당황할 정도의 파이팅을 매순간 주는 아이이기도 했다.
그러던 아이는 지금 사춘기라는 고개를 넘고 있다.
어느 날은 폭주하는 기차 같고
어느 날은 침잠하는 호수 같다.
대개의 날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고
아주 드물게 한 번 씩은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막 대했음을 미안해한다.
나도 안다.
그 사춘기의 난감함과 짜증스러움을..
세상 혼자 떨어진 적막감을 즐기다가도
누군가의 끝없는 이해를 받고 싶고
우격다짐으로라도 세상에서 제일 작아보이는 나를
우뚝 서게하고 싶지만 참 잘 안된다는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말이다.
결국엔 참 작아보이는 내가 싫은 날이 대다수인 날을 보낸다는것을..
그 고독과 어색함 욕망과 헌실의 불일치가 참으로 힘들다는 것도 안다.
그 때 누군가 내 삶에 들어오는 것이 화가 났다는 것도 기억난다.
난 이제 이 모든 것을 그냥 '과거'로 기억한다..
난 이 모든 과정을 지나온 자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던 자기 세계를 표하는 아이를
까짓 몇 점의 점수로 힐난해서도
규칙을 어기는 어리석음을 비웃어서도 안된다.
그저 조용히 내 입을 다물고
그런 광풍의 시간 속에 있는 그 애를 애처로워해야한다.
그저 그것이 내 몫이다
그러고보니 내 품에서 키운 시간이 참 짧았다.
이미 지나갔다
서천석님의 트위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