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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연하

by BreeZE

남편과 난 9년 차이다.

요새는 나이 차이 나는 결혼이 트렌드처럼 되어 흔하지만,20년 전 내가 결혼할 당시엔 흔하지 않은 파격이었다

그렇지만,난 그 당시 내 결혼이 주는 의미를 정확히 몰랐다.

그저 맘에 드는 사람이 나보다 아홉살 많을 뿐이었다.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걱정들을 무시해버릴 수 있는 우리만의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나마도 요새는 신부들이 연상인 커플이 늘어나 예전의 트렌드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살다보니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사랑 많이 받으시겠어요"였던 것 같다.내가 또래의 남자나 연하남과 살아보지 않아서 내가 받은 사랑이 그들보다 얼마나 더 많은지는 잘 모르겠다.하지만 , 현실적으로 또래의 남자들과 결혼한 사람들보다는 경제적으로 편하게 산 건 확실하다.친구들이 백원 짜리까지 계산해가며 가계부를 쓴다고 할 적에 나도 그래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을 뿐 적어도 쪼개어 쪼개어하는 살림을 살진 않았다.그저 규모에 맞추는 정도의 알뜰함이면 되었다.집도 장만하고 차도 장만한 채로 시작했으니 말이다.


나이 차이 나는 부부의 대표도 아니고 커플마다의 성격들도 다를테니 내가 산 경험만 가지고 나이 차이 나는 부부의 전형으로 삼을 순 없겠다.

하지만,앞다투어 어린 신부를 맞는 연예인들의 소식이 들릴 때면 내가 예전에 했던 결혼을 다시 되짚어 보게 된다..


쉽지만은 아닌 세월이었다.


흔한 표현으로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시간이 어찌 간단히 좁혀지겠는가?

먹고 자란 음식이 다르고

쓰고 자란 물건이 다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의 내용이 다르고 듣고 즐기며보낸 세월의 음악이 다르다.


허쉬 초콜렛은 그저 나에겐 있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기호품이지만 남편은 그걸 들고오는 반 친구가 그렇게 부러웠더랜다.

이문세의 감성 충만한 음악을 듣고 자란 내가 남편이 노래방에서 부르는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를 들을때는 그저 담벼락에 붙어있던 성인물 영화 포스터가 떠올려질 뿐이었다.

아무 공감없이...


남편이 살아온 사소한 에피소드를 들은 나는,남편의 지난 세월에 공감하지 못하였다.그저 내 감성을 이해못해주는 남편이 야속할 뿐..


내가 캐릭터 상 사랑하게된 남편은 나이가 상관없었다.하지만 생활에서 부딪히는 남편의 여러가지 기억의 편린들은 겪어보지 못한 내가 이해하기엔 어려웠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커플들의 경우에는

그런 소소하지만 가슴이 서늘해지는 '차이'들을 얼마나 지니고 사는지 모르겠다.그것이 흔히 말하는 호르몬에 의한 콩깍지가 벗어지는 기간을 지낸 커플들의 일반적인 경우인지도 모르겠다.그렇더라도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세월을 가운데 두고 사는 낯섦은 참으로 서늘했다.

원래도 낯을 많이 가리는 나같은 부류의 사람에겐 말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한 결정이 얼마나 과감했는지

그 과감함이 주는 책임감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도 비로서 뒤늦게 깨닫는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내가 걸었던 길만 힘들었다고 얘기하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나랑 다른 타인과 살아내기엔 녹록치 않은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절이게 되는건

내가 쏜 화살이 무슨 의미였는지 되새기는 날이 많아서다.


10년이란 세월을 항상 질러 살아야 한다.

남편의 생활을 이해하려면 어느 부분이 빠진지 모르는 그 부분을 건너뛰어 맞춰야 했다.


내가 버리고 뛴 그 세월이

치기어린 20대였는지

모든 것이 불안했던 30대였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돌아선 누님의 얼굴을 지닌 40대의 오늘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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