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이 필요할까요?

by 십일아


어떤 것을 행함에 있어서 그것이 나의 일이라면 더욱이 무조건, 결정은 나의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왜인지 줄곧 망설이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아직은 결정하지 못한 걸까, 여전히 생각할 것이 남은 걸까, 싶은 마음에 기다리고 되물었던 시간들이 결국은 누군가를 설득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랬다, 이미 내면의 결정은 내려졌으나, 나의 결정은 해답이 될 수 없었다. 외부를 설득시키기 위한 이유는 구체적이어야 했고,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 투자한 시간들에 나의 삶이 무색해져갔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유는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것일 테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누군가 반대할까 봐 두려워서, 어떤 결과든 겸허히 받아들이기 무서워서, 누군가의 응원과 지지가 필요해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만들어낸 틀에 갇힌 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누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열쇠는 내가 쥐고 있는 것이었다. 설령 누군가가 필요했을지라도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나임에 변함은 없는 것이었다.


나를 가두고 있는 사람이 나라면, 나를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나일 수밖에 없구나 싶은 마음에,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쫓기듯 뛰쳐나왔지만 아무것도 두고 온 것은 없었다. 애초에 주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어떤 말로 이 기분을 표현할 수 있을지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아무것도 없었길 바랐던 것일까.

온전히 혼자만의 공간을 갖고, 혼자만의 생각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모든 것이 다 충족되지는 않더라도 매일 같이 생기는 한숨을 오로지 나를 위해 털어내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다. 나의 힘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뿌듯함과 당찬 다짐, 그리고 설레는 마음이 손을 잡은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막막함과 두려움, 그리고 무서움이 끌려오는 것과도 같았다. 어쩌면 당연한 마음이었다. 새로움에는 많은 것들이 따르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언제나 새로움 앞에서는 그전의 것들은 낡은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 낡은 것이 고쳐질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미련 없이 버려야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함께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알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홀로 서게 되는 과정인 것일까 싶으면서도 여전히 모르겠는 마음만 가득한 채 해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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