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감정이든 누구에게나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

by 십일아


의미를 부여한 만큼의 답답함을 갖게 되었다. 진심은 이유가 되기 힘들었다. 이유를 대라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가져오라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만큼 생겨난 중압감은 계속 밑을 향해 내달렸다. 부담감이 느껴지는 순간, 불안이 들이치는 순간, 숨고 싶었다. 간단하고 단순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내 삶에 존재하는 단어가 아닌 걸 깨달았을 때, 단어마저도 서로 어울리는 것들이 존재하는구나, 씁쓸해졌다.


의미를 부여했던 것은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그 간절함은 나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기어코 알게 되고야 말았다. 사소한 일로 만들 것인지, 그렇지 않은 일로 만들 것인지는 나에게 달려 있었지만 그때의 선택이 매 순간의 답이 되어주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의미를 없애면 되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몰아치기도 했다. 그러나 삶의 순간에는 의미를 부여하거나 아예 부여하지 않거나 이 둘뿐이었다. 적어도 나의 삶에선 그랬다. 물론 나에게 후자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빠른 결단력이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쩍쩍 갈라지는 땅 위에서 아무리 물을 들이부어 봐도 꿈쩍도 하지 않는 것들이 있기에, 퍽퍽하지 않은 삶이란 없을 것이다. 또 다른 괴로움이 지금의 괴로움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지금의 괴로움 옆에 더 큰 괴로움이 자리 잡아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것일 뿐, 완벽하게 묻힐 수는 없다.

그렇게 살아간다. 죽을 것 같은 괴로움 속에 파묻혀 허우적대다가도 그럼에도 살아내라며 더 큰 괴로움을 쥐여주니, 그전의 괴로움은 마치 별거 아니었던 것처럼 가슴속에 묻고 살아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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