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형용할 수 없는 사람이 몇 있었다. 미워하기도 하고, 보고 싶지도 않았지만 절대 잊지 못할 모습이 남겨진 사람이었다. 낯선 이보다도 더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었고, 처음 보는 사람보다도 더 어색할 때가 많았던 사람. 딱히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없던 사람. 단단한 믿음을 바랐지만 그 어떤 응원도 건네주지 않은 사람. 나의 말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더 신뢰하는 사람. 미운 만큼 커져가는 오해와 서운한 태도들에 모난 말들이 나가기도 했었지만 그럼에도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 오는 사람. 가끔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마주하는 날이 오면 나도 모르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만드는 사람. 그러나 더 이상 화해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너무나도 멀어져 버린 사람이었다.
수줍게 내민 손을 엉겁결에 잡았다.
당신의 손이 부드럽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토록 거친 살결에 괜스레 가슴이 울렁거린다.
낯선 상대를 대하듯 서먹함이 먼저 반겼다.
끊겨버린 대화만큼이나 멀어져 버린 우리였지만
먼발치에서 걸어오는 당신을 한눈에 담을 만큼 반가움이 가득했다.
괜히 그럴 때면 더욱이 슬퍼지곤 했다.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도저히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익숙해져가고,
도통 맞춰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무시하며 걸어갔다.
그 언젠가 닳아버린 신발을 마주했을 때, 그 언젠가 잃어버린 세월을 마주했을 때,
기울어진 어깨 위에 비스듬히 내려앉은 시간이 보였을 뿐이다.
묵묵히 걸어가는 당신의 뒷모습이 보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