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남긴다는 건 그렇게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숨기고 숨기던 마음을 적어내기 위해 펼친 자그마한 공책 위에 아무리 끄적거려도 담을 수 없는 것들은 있었다. 무작위로 쏟아내는 알 수 없는 말들이 어지러운 세상을 만들어가며, 더 깊이 소용돌이쳤다.
진실과 사실은 언제나 마음속에서 맴돌기만 할 뿐 실제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실재했기에 그것을 끄집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안간힘을 쓰다가도 놓아버리고, 그렇게 끄집어 냈다가도 도로 태워버리고를 반복하다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대체 알 수 없는 마음만이 가득해져 갔다.
애석하게도 빼곡하게 드리워진 검은 덤불 아래로 막혀버린 그림자였다. 덤불은 잘라내도 다시 자라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무성해진 틈으로 살짝 그림자를 보여주곤 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어쩌면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최선인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 때쯤, 밤이 찾아왔다.
아무리 달려봐도 끊어낼 수 없는 어둠은 있고, 그 안에 그림자를 없앨 수는 없는 듯, 사라지지 않는 것들은 존재했다. 더 짙은 동굴로 들어가야만 그나마 어둠을 감출 수 있었지만 어둠이 어둠에 담겨 자취를 감추면 그때 깊은 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물 안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밤의 어둠을 데리고 있었다. 해가 따사롭게 비추어도 어디가 끝인지 가늠이 가지 않을 만큼 깊었고, 결국 차가운 밤이 드리운 채 맞이한 우물에 따뜻함이란 없었다. 그러나 어둠이 어둠에 더해져 암흑을 일으킬 때, 더욱 선명해진 빛이 드러났다. 어두워진 밤하늘에 잘게 수놓아진 별 사이로 따뜻하게 비추는 달빛 하나가, 나의 짙은 동굴과 나의 깊은 우물에 움푹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