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라도 잊기 위해서 간직된 멀리서 찾은 마음이었다.

by 십일아


한동안 구석에 구석진 곳에 자리 잡아 세상과는 단절된 듯한 시간을 보냈다.

그 세계는 작지만 깊었다.


그 속에서 내가 가진 조각과 비슷한 모양에 위로받고 또 나와는 다른 퍼즐 조각을 맞추며 웃고 놀라워하는 나날이었다.


어떤 단어로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균열 속에서 찾아낸 위안은 더없이 소중하고 아슬아슬했다.


틈 사이로 보이는 아찔한 암흑을 뒤로 한 채, 지금의 감정을 현재의 시간으로 온전히 움켜쥐었다.




간직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아주 외로울 때 아주 멀리서 찾은 마음이었다.

항상 알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 줄곧 어찌할 수 없는 과거에 붙들려 있는 것이 당장 눈앞에 놓인 불안이었다.

불안을 하나둘씩 짓이겨내서 휘휘 불어내도 바람과는 다르게 그득그득 불만으로 모여져, 여기저기 걸리적거리는 시선으로 남겨지는 게 익숙했었다.

불편한 마음을 툭툭 걷어차봤자 결국은 내 마음이었으니까, 어차피 짓이겨지는 것은 내 마음일 테니까.

잠재운다고 조용해질 것들이 아니었고, 받아들인다고 받아들여질 것들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살아가기 위해서 잊는다고 했던가. 그런데 왜 잊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은 안되는 것인가.

한동안의 머뭇거림이 오랫동안 머물렀을 때, 왜 당장 눈앞에 놓인 포근함은 없는 것일까 싶었는데, 분명 없는 것이 당연했는데, 그 어느 따사로운 가을날에 쓰러지듯 벗어놓은 신발 안에 놓여있던 그 은행잎이, 그 은행잎을 선뜻 버리지 못했던 그 마음이, 있던 곳에 놓아주려 다시 힘차게 나선 그 걸음이, 그렇게 포근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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