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뎌내고, 버텨내는. 지독하게 얽힌 마음.

by 십일아


삶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내 탓이 아닌 걸 알지만 그래도 나의 탓인 것만 같은 상황들이 벌어지고 그렇게 시달릴 때도 있었다.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라는 질문은 사실 소용없는 짓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생각에서 시작된 물음은 끊임없이 나를 물고 뜯었다. 하염없는 자책에 정신이 피폐해지더라도 결코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삶은 게임과도 같은 것이니 즐겨라, 여기저기 일어나는 일은 마치 퀘스트를 깨는 것과 같을 뿐이다, 그저 행복하게 살아라. 이런 말들이 있지만 이렇게 복잡한 캐릭터로 이렇게 심오한 게임을 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말이 좀 달라지지 않겠는가. 혹여, 누군가 대체 무엇이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냐고 진정으로 물어올 때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에 답변을 고심하고 고심하다가 그냥 사는 것이 힘들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것이 모든 시절을 아우르는 기억이었다. 그것이 모든 마음을 연결하는 전부였다.

그렇지만 세상에 얼마나 열정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가, 얼마나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사는 사람들이 많은가.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할 말인가 싶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왜 나마저도 나의 힘듦을 인정해 주지 않는지, 왜 나조차도 나의 괴로움을 별거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는지, 답답한 마음이었다.


매 순간을 골똘히 생각한다.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시간이 활기찬 모습이 아니라 지쳐가는 모습이어서 안쓰러운 마음이다. 담을 수 있는 곳은 넓은데 담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아니 담을 수 없는 것만 담아서 미안한 마음이다.

이전 18화매 순간이 그때라는 건, 매 순간을 살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