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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같이 있어줄 걸 그랬어.

by 십일아


마음도 자리를 찾아가길 바랐다. 분명 정해진 위치가 있을 거라며 괴로워했다. 불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제자리를 찾아갈지 알 수 없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마음에 화가 나기도 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리해야 할 마음은 어딘가로 넘어가기도, 또 그 마음이 있는 곳으로 무언가가 넘어오기도 했다.

잘 다져놓은 마음은 열심히 만들어 놓은 공간을 부수고 또 부수면서 벗어나기 일쑤였다. 언제는 조금도 머무르려고 하지 않는 거센 몸짓으로, 또 언제는 조금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강한 고집으로 눈물짓게 했다. 그 버둥거림이 어찌나 세던지, 꼭 붙잡고 있다가는 같이 부서질 것 같았다. 휙 놓아버렸다가는 그대로 쓸려버릴 것 같았다. 그 돌덩이 같은 고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움직이려 애써봐야 아프기만 했고, 가만히 있어보려 했지만 언제나 그 끝은 좋지 못했다.


마음이 나를 몰라준다며 버리기를 반복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복수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한참이 쌓이고 오랜 후의 어느 날, 소리 없이 이어지던 그 습관이 나의 삶으로 자리 잡았을 때, 마음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그럴 줄 알았지.'

'그래, 잘 됐다. 내가 그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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