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의 길과 세 갈래의 길, 여러 갈래의 길 앞에 낮은 벽과 높은 벽, 여러 가지의 벽 앞에 단단하게 자리 잡은 헛된 믿음과 거대한 불안, 덜컥 마주한 장애물과 계속되는 혼란. 그 속을 빠져나올지, 뛰어넘을지, 깨부술지, 어찌해야 할지 막막한 시간.
말문이 막히는 억울함과 미움에 흐려진 판단도, 복잡함에 단정 지어버린 생각과 한숨에 져버린 추억들도. 쳐다보지 않았기 때문에 오해가 되었고, 잡지 않았기 때문에 착각이 되었다.
이미 곪을 대로 곪아버린 상처였다. 굳이 상처 입으며 박힌 돌을 뽑지 않고 턱- 밟고 나아가면, 애써 눈 감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결국 선택은 내 몫이었기 때문에.
울타리 너머의 공간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쓰던 시간들이,
내가 아닌 남에게서 의미를 찾으려 애쓰던 시간들이,
깊게 쌓인 시간들이 소리쳤다.
머물러 있어도 상관없다고.
다만, 네가 찾고 있는 것은 그 어디에도 아닌 너에게 있으니, 너의 시간들을 꽉 붙잡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