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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뒤에서 바라본 세상은 또 다를 테니까.

by 십일아


줄곧 그렇게 말해주던 너의 말을, 나의 귓가에 조용히 튼다.

잔잔하던 파도가 어느새 출렁이기 시작하지만, 더욱 마음을 모은다.

돌아서는 법을 배우겠다던 말이, 그건 포기하는 것과는 다르다던 말이 들린다.

난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이렇게 흔들린다.

아쉬움에 뻗어보고, 붙잡을 수 있을 것 같기에 내달려도 본다.

너의 아쉬움은 대체 뭐길래 그렇게 가벼우며, 네가 붙잡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너를 가만히 멈춰세우는지.

알기에 보내줄 수 있다던, 깨달았기에 바라볼 수 있다던 말 역시 난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네가 아는 것들은 내가 아는 것들과는 다를 테지.

네가 안은 추억은 내가 안은 추억과는 다를 테지.

너의 악수는 어딘가 후련했지만 나의 악수는 힘이 들어가 있었고, 네가 내린 온기는 함께 하고 싶게 했지만 나의 것은 그렇지 않았으니. 그 부드러움이 달랐으니, 모인 찰나들이 다를 수밖에 없었던 거지.


어떻게 지내느냐고 잘 지내고 있는 거냐고 묻진 않았다.

그 호흡이 가진 기억 속을 걸을 때면, 나도 그곳에 머무르고 싶다 하며 일렁이는 마음을 붙잡곤 했지만.

우연히 마주친다면 한 번쯤 스쳐간다면, 그것이 답이 될 거라며 그대로 나에게 돌아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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