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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나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by 십일아


언제나 나의 방향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매번 확신이 서지 않았고 매번 망설였으며 매번 후회했다. 그리고 또 나중엔 그렇게 후회로 보낸 시간들을 후회했다. 반복해도 반복되는 삶 속에서 마음을 다해서 슬퍼해야 할 일을 만날 때면, 미련스럽게 붙잡고 있는 것이 끈질기게 막아섰다. 멀어지지도 못하고 막힌 그 벽 앞에서 진심을 다하지 못한 마음을 탓했다. 왜 그것을 새기지 못했느냐고, 왜 그곳을 가지 못했느냐고, 왜 그 순간 떠나지 않았으며, 왜 다시 돌아와야 할 때를 놓쳤느냐고. 결국 지켜지지 못한 것들의 외침이었다.


새겼어야 했을 그것과 갔어야만 했던 그곳과 떠나야 했던 그 순간과 돌아와야 했을 그때를 나도 알고 싶었다. 어찌 나라고 알고 싶지 않았을까. 당장이라도 뒤엎고 싶은 마음일 뿐이다. 그러나 한참을 후회하고 원망하다 마주친 것은 그저 숨 쉬고 있는 나였다. 뜬금없이 흐르는 눈물을 아무렇지 않게 닦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은 마음에 들여다본 것은 아주 작은 상처였다.


내가 정녕 슬퍼할 일은 무엇인가. 내가 정녕 깨달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왜 이토록 낙담하고 있는 건지, 보이지 않는 속을 찾아서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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