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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간직했는데, 헤어지는 건 한순간이구나.

by 십일아


우리 반대편에 설까. 등을 맞대고 서로를 보지 말까. 우리의 삶이 너무도 닮아있어서 마음이 가고, 우리의 꿈이 하나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은. 그래도 우리 서로가 내쉰 숨을 모른 척 지나갈까.

서로를 안쓰러워하지도, 이미 맞닿아버린 것들을 아쉬워하지도 말자. 하지 못하고 삼켜버린 말도, 품었으나 보여주지 못한 것도 미련 갖지 말자. 벌써 어두워졌으니,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이만큼이나 와버렸으니.

급히 돌아섰지만 한 걸음도 떼기가 막막하지. 마음 쓰인 것들을 다 돌려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맘처럼 쉽지 않지. 홀가분하게 놓아주면 될 것을, 호탕하게 웃으며 안녕을 말하면 될 것을.


서로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분명 같은 마음으로 지내왔는데. 어째서 이런 잔인한 말을 꺼낼 수밖에 없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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