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여러 빛들이 다 잠들어 있어야 할 그 시간에도 밖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날리는 비가 그 빛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날리는 눈이 그 빛이었을 것이다. 아, 아니면 떨어지는 낙엽이 그 빛이었을까. 또 아니면 부서지는 바람이 그 빛이었을까. 햇빛은 온데간데없구나.
옅은 가로등 불빛에 기대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공허한 공기를 마셨다. 새벽이 깊어지자, 가로등이 가진 불빛은 더욱 옅어졌다. 아무래도 새벽은 놓인 것들이 사라지는 곳인가 보다. 아무 말도 해선 안되는 적막한 곳인가 보다. 아, 아니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드러나는 곳인 건가. 아침은 여전히 오지 않는구나.
밝아오는 세상을 잠시만 미뤄둔다.
조여오는 가슴을 가만히 쓸어내린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소리가 무섭게 날 깨우더라도.
짙어진 마음에 놀라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더라도.
어두워진다.
더 파고든다.
더 깊어진다.
난 거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