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뜨겁게 달궈진 가시, 그러나 스스로 삼킨 지옥이었다.

by 십일아


닿지 못할 사람을 지나, 닿지 못할 계절이 쌓였다. 계절이 지나간 길을 따라, 닿지 못할 순간을 기억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은 무엇들보다도 애초부터 닿지 않았던 무엇들이 더 간절했던 이유를 도저히 찾지 못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기다려도 결국 비껴갔다. 차라리 엇갈려버리는 것이 나았을 만큼, 차라리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이 더 나았을 만큼 간절함에 상처 입는 일이 아팠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고, 어떤 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 문득 아플 때마다, 그 이유가 내 탓인 것만 같을 때마다, 그럴 때마다 작아지는 나를 느끼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 무언가들을 접고 접어서 작게 만들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면, 결국은 볼품없는 무언가들로만 남게 되리란 것을 알았다. 닿지 못한 마음을 한참을 접고 나서야 다시는 그 마음을 펴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keyword
이전 20화바보 같은 나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