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비껴가길 바랐던 소나기는 지칠 줄 모르고 하염없이 쏟아졌다
엇갈린 바람에 주어진 것은 소란스러운 마음이었지만
그 안의 작은 외침을 나는 분명히 느꼈다
그러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음에 슬퍼하다가도
슬픔에 젖어든 마음을 닦아줄 수밖에 없다
발끝이 젖어갈 때 잠깐 물러서서 하늘을 바라보다가
먹구름 가득한 마음에 나도 같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툭툭 끝을 내리는 빗방울이
몰려오는 따사로움에 완벽히 사라지면
바라던 바람이 고요히 불어오면
마침내 한껏 젖어든 땅을 겁 없이 내디디면
그날의 하루가 괴로우나 잊고 싶지 않은 날이 되면
그러면 결국 다 지워질 거라 믿는다
모든 게 다 씻겨 내려갈 거라 믿는다
제자리를 잃고 새로움이 깃들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자리를 찾을 거라 믿는다
나는 그렇게 펼쳐지고 가라앉고 잠시 쉬었다가 또 움직이고 흘렀다가 쏟아졌다가 고였다가 말라버린 그곳에 또 마음을 놓을 거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