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기억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날들은

4.

by 십일아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다만 애써 물고 늘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다른 이유가 있어봤자 얼마나 대단한 이유겠냐며 무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짠하고 나타난 또 다른 이유가 슬퍼서 우는 일 따위 없애주길 바랐다. 그러나 욕심 많고 이기적인 마음을 들킨 건지, 슬픔과는 상관없이 그냥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며, 힘든 기억이 사라질 때 좋은 기억도 가져가야 한다면 가져가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속으로만 외쳤다. 이것마저 잃어버리면 남은 거라곤 다 아픈 말들뿐이면서..

다 벗어던지면 마음이야 편할 수 있겠지만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살아가야 할지 고민스러울 테니까.. 그러니 좋았던 기억을 무시한다. 꽁꽁 싸서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둔다. 생각나지 않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참 모순적이게도 지키는 방법이었다. 잊어선 안되는 기억을. 잊고 싶지 않은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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