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9.

by 십일아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에

튀어 오르는 생각들을 모조리 눌렀다

애써 꿰매지 못한 사이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을 느낀다

잠재우지 못한 것

기어이 숨을 쉬는 것

너는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

너는 그곳에 뿌리를 내리면 안 된다

하루 종일 되뇌기만 할 뿐

과연 그것들에게 자리를 줘버린 건 누구인지

과연 그것들을 꽉 잡고 놓지 않은 건 누구인지

흘러갔어야 할 것들에 색을 입힌 건

이미 제 몫을 다 한 것들을 불러 세운 건

후회로 물들이기에 좋기만 할 뿐

기나긴 밤이다

끝이 없는 어둠이다

잠에 들기엔 더할 나위 없건만

아직도 깨어있는, 적막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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