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18.

by 십일아


정말 미워했다 정말 서운했다

좋은 기억보다 잘해준 기억보다

그렇지 않은 기억이 둘러싸고 있었다

자잘하게 남은 빛나는 기억들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기라도 하듯이

더욱더 상처받은 기억들로만 덮어버리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미운 건지 따질 수가 없었다

그렇게까지 서운할 것이 남았는지 물었다

분명 이렇게 울컥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 못다 한 말들이 있다는 것이었는데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사소해서?

아니 절대 사소하지 않았다

너무 이기적이어서?

아니 절대 이기적이지 않았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 슬펐다

상처받았던 일들을 끄집어 내어 조그맣게 놓여있는 사랑들을 밟아버리는 것에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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