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와 오사카, 4박 5일간의 이야기 2/4
해외여행을 가면 느린 여행을 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언제든 떠나고 싶다고 훌쩍 떠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그런지 괜히 욕심내서 여기저기 둘러보게 된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는 참 많이 걸었다. 먹고 싶은 음식도 많고 보고 싶은 명소도 많았다. 가고 싶은 곳을 몇 개 추려 바쁘게 다녔다.
처음엔 료칸에서 마련해 준 송영버스를 타고 JR하나조노역에서 일정을 시작할 참이었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가와라마치역까지 가면 코인 락커에 짐을 보관할 수 있다. 그런데 료칸 안내원이 '닌나지'에 내려줄 테니 거기서 버스를 타라고 다시 일러주었다. 덕분에 계획에 없던 신사를 보고 일정을 시작했다.
닌나지에는 키가 작은 벚나무들이 많아 벚꽃 철에 가면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봄에는 입장료도 따로 받는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아직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장소는 아닌 것 같다.
하루 동안 교토 버스를 마음껏 탈 수 있는 패스다. 500엔에 구입할 수 있는데 버스를 3번 이상 타면 무조건 이득이니 사는 게 좋다.
교토 버스는 지나치게 조용했다. 뒤에서 타고 앞에서 내릴 때 요금을 정산한다. 원데이 패스는 처음 1회에 기계에 넣었다 빼면 자동으로 날짜가 입력이 되기 때문에 2번째 부터는 그냥 기사님께 보여드리고 내리면 된다. 좌석마다 하차벨이 붙어 있는 것도 본받을 만 하다. 특히나 사람 많은 버스에서 하차벨 누르려고 몸을 비틀어가며 꾸역꾸역 팔을 뻗던 생각을 하면 더욱 그렇다.
가와라마치역 코인 락커에 짐을 맡기고 은각사와 철학의 길로 출발!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는 게 습관이 돼서 료칸에서도, 자판기에서도, 커피집에서도 커피를 마셔보았지만 정말 맛없다. 향도 없고 맛도 안 난다. 내가 무슨 커피 전문가도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할 정도로 맛이 없었다. 그냥 차를 많이 드시길. 아무튼 은각사부터 구경 시작.
저 부적 같이 생긴 건 정말 부적이다. 한국에 도착해 아빠한테 물어보니 좋은 일 많이 생기라고 쓰여 있는 거라고 했다. 책상 옆에 붙여 놓았다.
은각사에서 또 배워야 할 점이 하수구 가림막이었다. 대나무를 엮어 하수구를 가려 놓으니 비올 때 물도 잘 빠지고 주변 경관도 해치지 않아 일석 이조다. 고즈넉한 풍경들 감상하다 만나게 되는 소화기, 에어컨 환풍기, 하수구 등을 볼 때 분위기를 해치게 될 때가 있었는데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면 좋을 것 같다.
철학의 길을 좀 걷다 버스를 타고 기요미즈데라(청수사)로 향했다. 아침을 먹고 시간이 꽤 지난 터라 청수사 바로 앞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대충 점심을 해결. 각 800엔 정도로 그럭저럭 먹을 만 했다.
여행책자에서 보니 이 물을 마시면 환자가 병이 낫는다고 해서 많이 마신다고 한다. 아픈 데는 없었지만 다들 마시니 나도 한 번 마셔 봤다.
절벽에 붙어 있는 기요미즈데라에서 이 물을 마시는 곳까지 내려오다 보면 옆으로 난 샛길이 있다. 철조망이 쳐진 문으로 쭈욱 들어가다 보면 세이칸지(아마도..)라고 쓰여 있는 아주 작은 절을 갈 수 있다. 고고노 쓰보네와 다카쿠라 천황의 비극적인 사랑을 기리고 있다. 찾아가기도 쉽지 않고 기요미즈데라에 온 수많은 관광객 중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이지만 꼭 들려보길 추천한다. 너무 작고 조용해 사진에 담을 수도 없었다.
기요미즈데라에서 나와 산넨자카, 니넨자카 거리를 따라 내려온다. 야사카신사와 기온거리까지 걸을 수 있다.
야사카 신사는 밤이면 등에 불이 들어와 더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기온거리에서 게이샤를 두 번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산넨자카, 니넨자카보다 기온 거리가 조금 더 좋았다.
기온거리에서 다시 가와라마치역을 지나 니시키 시장에 들렀다. 먹을거리를 기대하고 들렀지만 저녁 시간 때라 그런지 생각보다 먹거리가 없었다. 고등어 초밥을 먹었는데 비리기만 했다.
니시키 시장을 나와 근처에 있는 한 3평 정도의 가게에 들어갔다. 손님은 딱 4명만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았다. 메뉴도 다 일본어고 주인 부부가 영어도 못했다. 정말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법한 작은 식당이라 눈이 번쩍번쩍 하여 들어갔으나 두 명이서 지라시 스시와 초밥 한 세트를 먹고 약 5만 원을 냈다........... 하하하핳핳
다음엔 경주에 가 보려고 한다. 오사카가 부산이면 교토는 경주라고 얘기를 많이 한다던데, 정작 경주도 한 번 못 가봤다.
이렇게 또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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