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와 오사카, 4박 5일간의 이야기 3/4
오사카는 먹다 망한다는 일본 속담이 있을 정도로 먹거리가 풍부합니다. 그런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음식 맛이 생각보다 감동적이진 않았어요. 합정, 상수, 이태원, 신사 같은 곳에서 유명하다는 일본 가정식이나 초밥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그래도 타코야끼 하나 만큼은 예술의 경지였습니다.
짧은 일정 안에 오사카 주유패스로 갈 수 있는 유명한 곳은 다 돌아본 듯해요.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에 골반이 돌아간 듯한 고통까지 느끼며 다리를 절뚝였어요. 스무 살 때 다녀온 국토대장정 생각남(...) 다음부터는 욕심 내지 않고 코스를 짜야겠습니다.
교토에서 전철을 타고 오사카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오사카는 야경이라는데! 밤을 놓칠 수 없어 야식을 먹으러 도톤보리 쪽으로 나와 걸었어요. 흔한 맛집은 가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검색해 일본식 족발집을 찾았습니다. 족발을 바비큐처럼 구워서 준다고 으아.
골목 안으로 들어가 건물과 건물 사이 난 작은 틈으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곳. 여기를 찾으려고 같은 건물 주위를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겠어요.
영어 메뉴 없고 그림으로 된 메뉴판도 없습니다. 일본어만 있으니 찾아가실 분들은 이 사진을 보여주시면 될 것 같아요. 오리지널 족발입니다. 바로 앞에서 구워주시는데 진짜 야들야들하고 맛있었어요. 가격은 500엔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비싸지 않습니다. 그런데 나올 때 아저씨가 쯔끼다시로 줬던 두부 값을 받았어요. 당황. 주문한 적 없다고 했더니 재패니즈 스타일이라며 돈을 받았습니다. 저 두부 하나 값이 족발 값 보다 더 나갔어요. 일본말을 잘 못해서 바가지 당한 건지, 정말 재패니즈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유명한 라멘집 긴류라멘에서 2차로 야식을 먹었습니다. 밑반찬에 김치도 있어요. 그런데 맛은 정말 없었습니다. 왜 유명한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야식 투어를 마치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오사카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교통이 복잡한 일본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각종 교통패스들! 주유패스 2일권을 구입해서 뽕 뽑았습니다. 오전 투어는 오사카 역사박물관 - 오사카성 - 피스오사카 세 곳을 둘러봅니다. 전부 인접해있어 이동이 편해요.
큰 기대하지 않았던 오사카 역사박물관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았어요. 이후에 갔던 주택박물관 보다 여기가 더 나은 듯합니다.
역사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오사카 성으로 향합니다. 날씨가 적당히 차고 맑아서 무척 좋았어요.
해자는 성곽이나 고분의 둘레를 감싼 도랑이다. 성곽 주위에 해자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성곽을 방어하기 위한 용도가 주목적이다. 해자의 또 다른 기능은 식수의 확보, 성 안의 물과 오물을 바깥으로 배출하거나, 선박을 이용하여 물자를 효과적으로 운반하고 접안하는 기능 등 다양하였다. 특히 자연 하천을 해자로 삼은 경우, 해자는 물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출처] Daum 백과사전
옥색 지붕으로 되어 있는 천수각 내부로 들어가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생애에 대한 기록이 층마다 전시되어 있습니다. 뭐 피규어 정도 볼 만 했습니다.
오사카성을 나와 전쟁기념관인 피쓰오사카에 들렀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자료들이 많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는 피해자다'로 스토리텔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어이없죠. 관람평 같은 것을 남길 수 있는 설문지를 주길래 전쟁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적고 나왔습니다.
맛도 있고 친절한 집이었어요. 특히 치킨 가라아게 크기가 정말 크고 좋습니다. 가격도 적당했고요. 피쓰오사카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이었던 주택박물관으로 출발합니다.
주택박물관은 유명세에 비해 딱히 볼 건 많지 않았어요. 기모노 체험이 저렴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은데 저처럼 기모노 체험에 큰 흥미가 없는 분들은 여기를 스킵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규모도 크지 않고요. 여기 일정이 너무 빨리 끝나 우메다로 야경을 보러 가기 전 일본에서 유명하다는 부엉이 카페에 갔습니다. 부엉이라니(...)
으으으. 부엉이가 너무 컸고 눈빛이 무서웠어요. 고개가 180도 돌아가는 것도 소오름. 저는 살아있는 새를 무서워해서 더 그랬지만 잘 참고 즐겼습니다. 일인 당 1500엔을 내고 1시간 동안 음료를 마시며 부엉이들과 놀 수 있어요. 외국인들도 꽤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 예약을 안 하고도 바로 들어갔지만, 웬만하면 예약해서 가는 걸 추천합니다. 입장하는 시간이 한 시간 단위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입장 시간을 놓치면 밖에서 계속 기다려야 해요.
날이 어둑어둑해져서 바로 우메다로 넘어갔습니다. 유명하다는 한큐백화점 - 헵파이브 대관람차 - 스카이빌딩 공중정원으로 갑니다.
대관람차 정말 좋았던 게 관람차마다 빵빵한 스피커가 있어서 핸드폰으로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거예요. 적당히 춥고 야경은 예쁘고 빵빵한 스피커에 좋아하는 노래까지. 전혀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햅파이브에서 본 야경도 좋았지만, 우메다 스카이빌딩 공중정원에서 본 야경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어떻게 찍어도 사진에 담아지지가 않았어요. 탁 트인 경관에 강도 흐르고. 한참 걸어서 찾아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많이 걸었으니 저녁은 고기로 영양 보충. 신사이바시역에서 내려 걸어가면 찾을 수 있는 카멜디너. 저 노른자가 보통이 아니어서 하나 더 추가해 먹었어요. 이런 밥에 맥주가 빠질 수 없어서 생맥주도 한 잔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숙소에서 그대로 기절했어요.
드디어 오사카 한 편이 남았습니다.
곧 업데이트할게요.
* 사진은 Nikon P340과 아이폰으로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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