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기대도 없던 곳에서 만난 뜻밖의 감상들
언젠가부터 내 여행은 줄곧 도피가 됐다. 여행지에서 액티비티를 즐기거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명소를 찾는 일이 거의 없었다. 최대한 사람이 없고 조용한 곳으로, 이왕이면 바다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출근길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 억지로 몸을 꾸겨 넣으며 나는 내내 그런 생각을 한다.
'아, 사람 없고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다.'
고민 끝에 정한 행선지는 여수. 바다도 있고, 적당히 조용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 게다가 장범준이 노래한 여수 밤바다까지 보너스로 만나볼 수 있으니 나에겐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기차표는 이미 매진이었고, 버스표도 구할 수가 없었다. 부랴부랴 차선책을 찾은 게 목포였다. 그래서 정말 그냥, 뭐가 있는지도 제대로 모른 채, 목포엘 갔다.
뜻밖의 목포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은 골목길을 지나면 아담한 해변이 펼쳐져 있고, 일제시대 우리 민족이 겪었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동네. 그 길을 조용히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그런 목포를 담았다.
한약방이었던 곳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아침에 작은 정원에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조식을 먹는 게 포인트인 곳.
꽃게살비빔밥이 일품인 장터 식당에도 꼭 들려야 한다. 목포 자체가 여행객이 많지 않은 동네라 그런지, 유명한 식당인데도 줄이 그다지 길지 않아 좋았다.
추억의 CD들이 즐비하다. LP판도 있고, 구석기 시대에 있을 법한 오래된 앨범도 곳곳에 숨겨져 있어 구경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양한 작품들이 있는 유달산 조각공원. 천천히 둘러보며 산책하기도 좋고, 낮은 건물들이 많은 목포를 한눈에 내려다보기에도 좋다.
지나가다가 너무 예뻐서 들어갔던 이곳은 일본영사관으로 쓰이던 건물을 근대역사관으로 재정비해 사용하고 있는 곳이었다. 화려한 외관 속에 담긴 우리의 아픈 역사를 마주하니 절로 숙연해졌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목포의 거리를 지난다.
골목골목을 돌아다닌 끝에 만난 유달유원지. 아담한 해변이 매력적인 곳이다.
해가 넘어가는 게 너무 아까웠다. 언제까지고 계속 바라보고 있고 싶었던 유달유원지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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