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이, 발 닿는 대로
날씨가 푹푹 찌는 어느 더운 여름날,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지난 오사카 여행과는 다르게 계획도 짜지 못하고 그냥 감이 이끄는 대로 다녔던 이번 여행.
돌아다니는 내내 습식 사우나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무척 더웠지만, 듣던 대로 오키나와는 멋진 곳이었다. 오후 비행기를 타고 가는 바람에 오키나와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저녁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배가 고프니 일단 밥부터!
오키나와 사람들이 보통 사용하는 젓가락 끝이 저렇게 오렌지 빛이라 기념품으로 사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전부 이런 젓가락을 쓰는 진 알 수 없지만.
오키나와 특산품 고야! 우리나라에선 여주라고 부르는데 쓴맛이 있어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 나는 호!
미군의 영향으로 음식에 스팸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 미소시루에도 스팸이 있어 살짝 당황했지만, 음식은 대체로 훌륭했다.
저녁을 다 먹고 근처 국제거리로 밤 산책을 나갔다.
캐릭터 천국답게 귀여운 아이템들이 가득가득!
다음 날 아침! 본격적인 오키나와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숙소 앞마당에서 개냥이 세 마리를 만났다. 배고팠는지 빵 던져주니 잘 먹더라.
'오키나와'하면 단연 바다가 아니겠는가! 차를 타고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트로피칼 비치로 향했다. 이름이 마음에 들어 갔을 뿐인데, 지금 기억하기론 오키나와에서 봤던 바다 중에 제일 예뻤다.
아름다운 바다를 뒤로 하고 점심을 먹으러 아메리칸 빌리지로 출발!
유명한 타코 라이스 집인 것 같았는데, 일단 패스
스노클링 명소인 푸른 동굴 옆 마에다 플랫! 푸른 동굴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북적북적 한 걸 싫어하는 나에겐 최고의 장소였다. 초보도 무난하게 아름다운 산호초와 열대어를 감상할 수 있는 곳. 아쿠아슈즈가 없었던 나는 발에 수많은 상처를 남겼지만.
스노클링을 마치고 차로 돌아가려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펼쳐진 풍경. 아, 기가 막힌다.
이번 여행은 따로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 대신 민박집에 묵었다.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도 없고, 전화로만 예약을 해야 해서 일본어를 못하는 분들은 좀 어려울 수 있지만 혹시 주위에 일본어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탁을 해서라도 꼭 민박집에서 묵는 걸 추천! 시설도 깨끗할 뿐만 아니라 숙박비안에 포함된 조식, 석식이 그냥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덕분에 오키나와식 가정식을 맘껏 먹었다.
저녁 식사가 흠잡을 데 없이 좋았는데, 민박집 이웃분이 오늘 낚시하며 잡은 거라며 끝내주는 회 접시를 들고 나타났다. 생각지도 못한 환대에 마음이 들뜬 건 물론이고 맛은 두말할 것 없이 훌륭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도 단연 굿!
오키나와 날씨는 생각보다 변덕스러워서, 아침만 해도 날이 굉장히 좋았는데 한 30분 정도 차를 타고 나가다 보니 금세 구름이 뒤덮어 하루 종일 비를 뿌려댔다.
코우리 대교를 지나기 직전. 날이 흐리긴 했지만 그래도 멋진 곳.
오키나와에서 스테이크를 빼놓으면 섭하다는 얘기가 있어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플리퍼 레스토랑에 갔다. 한국인들에게는 아직 많이 알려진 것 같지 않았지만, 식당 앞으로 바로 펼쳐진 오션뷰도 좋았고 스테이크 자체도 맛있었다. 하지만 후식으로 나온 커피는(...)
오키나와에 가면 꼭 가야 한다는 츄라우미 수족관. 사실 고래상어 빼고는 딱히 볼 게 없었지만 그래도 고래상어는 역시는 역시.
날이 흐리고 비가 정말 억수같이 쏟아졌기 때문에 바다를 갈 순 없고. 숲 속에 숨겨진 아지트 같은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손님이 없었던 데다, 주인아주머니가 특히 한국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으셔서 기분 좋게 머물렀던 기억이 난다.
뭘 고를까 하다 고야 주스를 선택. 많이 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쓰지 않고 청량한 끝 맛이 좋았다.
카페에 있다 보니 비가 그쳐 서둘러 근처 바다로 갔다. 마지막 수영을 즐기고 어둠이 내려앉은 바다를 마지막으로 오키나와의 여름과 작별을 고함!
ⓒ 2016 NOODLE
사진의 무단 도용은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