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전주에서 보고 먹고 할 수 있는 것들
여전히 조금 더운 낮,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저녁이 계속되는 초가을. 전주에 다녀왔다. 국내 여행을 꽤 여러 곳 다녔는데 어쩐지 전주는 한 번도 가볼 생각을 못했다.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기는 편인데, 먹방으로 유명한 전주는 혼자 다니기 왠지 아까워서 그랬던 것 같다. 그만큼 많이 못 먹을 테니까(...)
아무튼 친척동생과 둘이 떠난 전주여행, 덕분에 실컷 먹고 사람 구경도 실컷 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 전주. 먹방은 실컷 했으니 다음엔 사람 없는 평일에 여유롭게 혼자 한번 더 다녀오고 싶다. 첫날은 아주 맑았고, 돌아오는 날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맑은 날도 물론 좋았지만, 비 내리는 전주는 어쩐지 더 운치 있었다. 1박 2일, 알차게 돌아다닌 전주 풍경을 소개한다.
주말이라 그런지 역시나 차가 많이 막혔다. 도착하자마자 주린 배를 부여잡으며 남부시장으로 출발. 전주 토박이인 엄마 친구가 소개해주신 피순대 집을 향해 갔는데, 이미 방송을 여러 번 탄 유명 맛집이더라.
태어나서 처음 먹은 피순대... 퍽퍽한 질감이 생경했지만 초고추장 찍어서 깻잎에 싼 다음 한입에 타악! 전주에서 먹은 모든 음식 중에 단연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피순대가 들어간 저 순대국밥은 (과장을 좀 보태서) 자다가 생각나서 일어날 정도.
배를 채운 다음, 남부시장 2층 청년몰로 발걸음을 옮겼다. 힙스터 만세!
청년몰은 정말 아기자기하고 감성감성한 가게가 많다.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서 작게 정리!
본격적으로 한옥마을을 탐방하기 전,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러 갔다. 우리가 묵은 게하는 한옥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풍남문 근처라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다.
내가 묵은 게스트하우스는 '대명여관'. 오래된 여관을 개조해 만든 곳이라 한다. 2인실이었는데 방이 무척 좁았다. 하지만 방 상태가 굉장히 깨끗했고 중간중간 6-70년대 소품들을 구경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전주 하면 역시 한옥마을! 한복을 빌려 이곳저곳 잘 돌아다녔다.
그 유명한 다우랑도 다녀왔다. 페이스북에서만 보던 새우만두는 다 떨어져서 못 먹고 새우군만두로 대신했다. 맛있었지만 막 '대박 미침' 정도까진 아니었던 듯..
전주는 한지가 유명해서, 한지를 이용한 소품들을 판매하는 가게가 많았다. 한지 엽서가 특이했는데 만지면 오돌토돌 거리는 게 신기했다.
전주에 왔는데 막걸리를 안 마실 수 없지... 친구가 소개해 준 옛촌막걸리를 다녀오려고 했는데, 택시 기사님이 '전주에 왔는데 이왕이면 막걸리골목에서 놀아라'하고 얘기해주셔서 급 방향을 틀었다. 참고로 나는 여행은 현지인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가게가 많았다. 배고플 때 특히 예민해지는 나는 기다릴 수 없어 그나마 사람이 많아 보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막걸리 한 주전자 시키고 한 상 거하게 받았다.
1일 차를 마치고 숙소로 복귀!
둘째 날은 비가 왔다. 비가 와서 더욱 운치 있던 전주.
숙소에서 먹은 아침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아, 한옥마을 거리에서 길거리야를 사 먹었다. 이것도 추천받은 집인데 바게트 샌드위치가 매력적이었다. 약간 매콤함 주의!
경기전에 들러 어진박물관도 구경! 태조어진을 제외하고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왜 조금만 걸으면 배가 고플까? 한옥마을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손에 하나씩 다 들고 있던 스테이크. 나도 사 먹어봤다. 진짜 끝내줬다. 길거리 음식 중에 최고였다. 특히 일하는 직원들이 친절해서 더 기분 좋았던 곳.
한옥마을에서 조금 위쪽으로 가면 자만동 벽화마을이 나온다.
자만동은 경사가 좀 있어서.. 비가 오니까 미끄러질까 봐 조금 걱정되긴 하더라. 오래 걸어 아픈 다리는 오목대에 들러 꿀맛 같은 휴식으로 회복!
걷다 보면 배고프니까, 새우버터구이랑 부산어묵을 촵촵!
한옥마을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젊은 예술가들의 예술혼을 느끼기 좋다는 동문예술거리도 방문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카페로 피신했다. 바람골목이라고 써있던 건물 1층 카페로 들어갔는데, 그전에 먼저 건물 구경부터 안 할 수 없었다. 전주에 젊은이들이 하나둘 모여드는 것 같았다. 키치한 감성이 물씬.
카페 인테리어도 독특했다. 특히 전구를 침대 매트리스 스프링을 이용해 만든 걸 보니 엄청난 예술혼이 절로 느껴지더라는.
서울로 돌아갈 버스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즐거웠던 1박 2일 전주여행은 콩나물국밥으로 마무리!
다음엔 또 어디를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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