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패스 #1. <미스 슬로운>
신념을 지키는 것은 무척 어렵다. 그놈의 신념이 뭐라고 커리어를 아작 내야 할 때도 있고, '내'신념에 눈이 멀어 그걸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알고도 모른 체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완벽히 신념대로 살아가는 인간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더 큰 악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 정도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 순간을 떠올리니 아찔해진다. 나도 괴물이 된 것 같다. 신념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행동 역시 신념 있는 사람 '처럼' 보이기 위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는지. 크게 보면 선과 악이 확실하게 구분된 영화인 것 같지만, 가까이 보면 모두가 선도 악도 아니다. 어쩌면 영화가 보여주고 싶었던 메시지가 바로 이런 것일 수도.
미스 슬로운 (Miss Sloane, 2016)
감독 : 존 매든
출연 : 제시카 차스테인, 마크 스트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