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lla Feb 12. 2019

인싸 마케팅

나는 만으로 24살이다. 올해 생일이 지나면 25살이 된다. 어린 나이는 아닐지 몰라도 많은 나이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 해, 혹은 몇 달마다 생겨나는 신조어들을 따라가기가 왠지 점점 벅차 진다. 어쩌면 한국에 살고 있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매 해 새로운 유행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학생 때 쓰던 유행어/줄임말은 버카, 야자, 엄카, 몰컴 정도였는데 또래가 많이 써서라기보다는 줄임말이 주는 실용성 때문에 더 많이 쓰였던 것 같다.


언어는 그 시대상과 환경을 유기적으로 반영한다. 때문에 언어는 유동성이 있어 쓰는 사람들에 따라 사라지기도, 바뀌어 재사용이 되기도 한다. 그중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퍼지기 시작한 '인싸'라는 단어가 있다.

외부인, 혹은 문외환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outsider'의 반대말 'insider'를 줄인 말인데 주로 그룹 내에서 영향력이 있고 사교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칭한다. 뜻은 참 좋다. 뜻만 보면 대학교의 과대표나 고등학교의 학생 회장 정도가 떠오른다. (단어를 쓰는 주 연령층이 10~20대 임을 감안) 하지만 이 단어가 주는 영향력은 그보다 크다. '인싸'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취향과 맞지 않는 노래를 듣고, 인싸템을 사기 위해 필요 없는 지출을 하는 등 또래 집단이 주는 사회적 압박과 어른들의 무분별한 마케팅에 그대로 잠식된다.


얼핏 보면 요즘 세대들의 문제인 것 같지만 어느 세대에나 인싸/인싸템은 있었다. 나 때는 반윤희를 필두로 한 인터넷 얼짱들과 그들이 입는 옷이 그랬고 (시내 옷가게엔 카고 바지와 박시한 폴로 카라티가 즐비했다) HOT 팬이었던 언니 세대에는 문희준 머리와 힙합 패션이 그랬다. 유행을 따라 하고 싶은 학생들의 심리와 소비는 어쩌면 우리 속에 내재된 사회적인 본능 일지도 모른다. 남들과 다르면 눈에 띄이고 그러면 적에게 노출되기 쉬워 생존에 불리하니 자연스럽게 무리 사이로 위장하려는 생존 본능 같은 것.


우리는 무작정 인싸나 인싸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비판 하기 보다는 무엇이 그들을 인싸가 되고 싶게 만드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건 이 옷을 입지 않고, 이런 단어를 쓰지 않으면 아싸 취급을 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글감을 잃은 기자들은 [인싸력 테스트] 같은 영양가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아이디어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 찾는 듯한 방송 작가들은 유행에 따라가기 위해 인싸와 아싸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 인싸가 아닌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게 포장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더군다나 또래집단에서 튕겨져 나가지 않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줄임말을 쓰는 십 대 학생들에겐 더욱 그렇다. 미디어와 브랜드 그리고 인플루엔서들은 이를 잘 알고 각종 인싸 마케팅으로 인싸가 되고 싶은 우리를 유혹한다. 이 신발을 신으면, 이 단어를 쓰면, 이 음식을 먹고 이 카페에 가면 나도 인싸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모두가 인싸가 될수는 없는 법. 99%는 그저 마케팅의 희생양이 될 뿐이다. 기업들이 또래에 속하고 싶은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을 갖고 돈놀이로 이용하는 일은 지양하고, 우리가 좀 더 주체적인 소비를 할 때 이 지겨운 인싸 광고들을 페이스북 피드에서 몰아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성에게도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