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lla Mar 16. 2019

아보카도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숲 속의 버터라 불리는 아보카도'는 남미에서 온 열매로,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남미에서는 아보카도를 우리나라의 김치만큼 흔하게 먹는다고 하고 멕시코와 국경을 나란히 한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도 그 인기는 하늘을 치솟는다. 특유의 기름진 맛과 버터 같은 식감으로 우리나라의 입맛까지 사로잡아 요새는 한국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헌데 요즘 인터넷에는 아보카도가 환경파괴범이라는 기사가 늘고 있다. '탄소발자국'의 연구에 따르면 아보카도 하나 당 420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또 열매 하나를 키우는데 드는 물은 320L인데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아보카도 소비량을 맞추기 위해 아보카도 농장에서는 불법으로 지하수를 길어오고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물 부족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 지표들만 보면 다시는 아보카도는 거들떠도 보기도 싫어진다. 단지 내 입이 즐겁기 위해 지구촌 어딘가는 물 부족에 시달린다니! 이보다 더한 책임 전가가 없다. 앞으로 아보카도를 볼 때마다 환경 파괴에 대한 죄책감에 기분이 울적해질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늘 하는 육식과 플라스틱 사용, 합성 섬유 옷 사 입기를 멈추지 않으면서 아보카도만 소비하지 않는다고 지구가 행복해할까? 1 킬로그램의 쇠고기는 집안 전체의 등을 켜 둔 채 3시간 동안 운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와 다른 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1950년부터 2015년까지 폐기된 63억 톤의 플라스틱은 땅 속과 물속으로 폐기되어 말 그대로 지구를 썩히고 있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에서 헐값에 파는 합성 섬유로 만들어진 옷에선 세탁 시에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나와 세탁조를 타고 그대로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가 수질을 오염시킨다. 또 공장에서 옷을 염색시킬 때 사용되는 화학 염료는 주변 강으로 흘러 들어가 생물이 살 수 없는 끔찍한 환경을 만든다.


https://socialclothing.co/envimp


2019년 기준 미국인 일인당 육류 소비량이 일 년에 90킬로그램을 훌쩍 넘는데 일 년에 아보카도를 900개 먹는다고 해도 육류 소비로 발생하는 환경오염보다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보카도를 멕시코 다음으로 많이 섭취하는 미국도 일 년에 일인당 고작 3킬로 정도를 먹는다.


그렇다면 아보카도는 왜 질타의 대상이 되었는가?

나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선민의식에 빠져 아보카도가 환경을 오염시키니 어쩌니 (물론 어느 정도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건 사실이지만) 할 시간에 육식의 해로움에 대한 글을 쓰거나 플라스틱과 일회용 제품의 사용을 지양하자는 기사를 쓰는 게 더 알맞아 보인다. 미세 먼지가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심각해지면서 한국 국민들은 말 그대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해 산업용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아보카도가 환경오염을 시키니 그만 사 먹으세요 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그것도 아보카도 소비량이 일인당 60g 밖에 되지 않는 한국에서.


어쩌면 그만큼 축산 업계와 유제품 업계들의 입김이 세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MBC는 다큐 스페셜 <밥상! 상식을 뒤집다, 채식의 함정>이라는 방송에서 채식이 꼭 몸에 좋은 것만은 아니며 육식이 포함된 식사를 해야 영양에 균형이 잡힌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이는 축산 업계의 로비로 제작된 편향된 방송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떠나서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해야 할 공중파 방송사가 이런 왜곡적인 방송을 거리낌 없이 내보내고, 여러 사람들을 우롱했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 정도다.


우리는 역사 속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장 빠르고 쉽게 손에 얻는 시대에 살고 있다. 클릭과 터치 한 번이면 전 세계 뉴스를 필터링 없이 단 몇 분 만에 모두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와 디바이스가 주는 편리함에 눈이 멀어 쏟아지는 모든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다간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 판단할 수 없게 된다. 미디어에서 뿌려대는 정보를 일차원 적으로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외에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며 나만의 소신을 갖아야만 그 정보는 비로소 온전히 내 것이 된다.


하루만 인터넷을 하지 않아도 뒤쳐지는 것 같은 현재, 우리는 조금 속도를 늦춰, 한번 더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살까 말까 고민했던 아보카도 샌드위치는 그냥 사자. 대신 그 날 하루는 육식을 안 하는 건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칼 라거펠트의 죽음, 그리고 패션계의 차별과 혐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