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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Jan 10. 2020

구리와 주석, 그리고 당나귀 : 목숨을 건 무역의 태동

무역사 이야기 1

예전에 한참 커뮤니티를 달궜던 짤 중에 아래 같은 짤이 있다.

그 이름하여 다시 태어나면 어디에서 태어날 것인가?


지옥의 밸런스...


그야말로 거를 데가 없는 악마같은 밸런스를 자랑한다. 어디 하나 괜찮은 구석이 없다. 물론 각 잡고 살펴보면 그나마 I가 괜찮아 보이긴 하다. 일단 미국에서도 인구수 많은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일리노이주가 다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저 지역 인구 다 합산하면 못해도 1억 5천만은 될거다. 근데 일단 멕시코 인구가 1억 2천이고 아르헨티나가 4천만 정도에 페루랑 콜롬비아도 그 수준은 된다. 그래서 다 합산하면 1/3 확률로 미국인이 될 것이고 2/3 확률로 라틴 아메리카인이 될 것이다.


살지 못할 곳이 없다는게 I의 강점이긴 하지만 엄청난 빈부격차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게 I의 무서운 점이다. 아 물론 잘되면 복지국가의 1등시민, 못되면 해적(...)이 되는 C만 하겠냐만...


저 짤이 극악의 밸런스를 자랑하는 것은 그만큼 살기 좋은 환경과 이게 나라냐(...)의 환경이 불균형하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자원은 훨씬 더 불균형하게 분포가 되어 있다. 따라서 인간의 삶에 필요한, 혹은 욕망하는 물품을 만들기 위해선 서로 다른 분포를 가진 이 자원들을 교환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렸을 때 배웠던 '청동기'를 생각해보자. 청동은 자연적으로 청동이란 원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든 합금이다. 그런데 구리가 나는 곳과 주석이 나는 곳은 서로 다르다. 그렇기에 청동을 만들고자 한다면 구리와 주석간의 교역이 필요하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원은 매우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다. 위의 그림을 살펴보면 좀 더 이해가 갈 것이다. 고대 중동에서 구리(Copper)는 꽤 여러 곳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주석(Tin)이 생산되는 곳은 한군데에 불과하다. 환경의 차이 또한 자원 불균형 분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평야지역은 전세계 어디든 곡물 생산에 유리한 곳이라 매우 중요한 곳이지만 이런 곳은 도구를 만들고 뗄감으로도 쓸 수 있는 나무가 충분치 못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평지와 산지는 환경의 차이로 인한 자원의 차이로 자신들의 상품을 교환할 이유가 탄생한다. 이런 자원의 불균형적 분포가 교환의 필요성을 만들었고 그로 인해 무역이 탄생한 것이다.


아 물론 이런 전략자원만이 교환의 대상은 아니었다. 인간은 필요로 사는 동물이 아니다. 교환이 이루어지는 본질적인 이유는 인간이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욕망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욕망하고 다른 것을 원한다. 배가 고플 때는 라면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배가 부르면 고기를 원하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마치 이것을 자본주의의 문제점으로 만들고 비판하지만 그건 틀렸다. 이게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인간의 본성이 더 활발한 교환을 탄생시켰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 교환이란 것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지금이야 5-7천원 정도의 택배비만 내면 전국 어디서든 생산된 상품을 집으로 받아볼 수 있고 해외 배송 매우 간단해서 별거 아닌걸로 취급되고 있지만 애초에 물류는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한 고도의 산업이다. 마켓컬리나 쿠팡같은 잘나가는 기업조차 이 물류 때문에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단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지금도 어려운데 과거에는 얼마나 난이도가 높았을지 상상이 가능한가?


아아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난다...


상상을 해보자. 일단 화물의 운송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 군복무했던 남자들이라면 완전군장 행군을 떠올려보면 된다. 보통 완전군장 행군에서 요구하는 군장의 무게는 약 20kg이다. 물론 이것도 되게 빡세니 다들 이것보다는 좀 가볍게 해서 뻥군장으로 행군을 한다. 이걸 짊어지고 하루에 20km를 걸어가면 많이 걸어간거다. 이 거리라면 광화문역에서 판교까지의 직선거리 정도다. 인간이 짊어지고 가기에 엄청나게 무거운 20kg을 지고 하루 빡세게 걸어봤자 고작 그정도 가는 거다. 이처럼 인간은 화물 운송에 부적합한 존재들이기에 예전부터 가축을 이용하는 것이 운송의 기본이었다. 이 운송에서 주로 쓰인 동물이 바로 당나귀다.


귀여운 외모와 달라 당나귀는 매우 지랄맞은 성격으로 유명하다. 외모에 속지마라...


일반적으로 인간이 길들인 동물들은 체중의 20%에 해당하는 짐을 싣고 다닐 수 있다. 뭐 더 많은 무게를 지고 가게 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나 그랬다간 얼마 못가고 뻗으니 그 적절한 황금비율을 찾은게 체중의 20%다.  당나귀의 평균적인 몸무게가 대략 200kg대 초반이므로 나귀 한마리면 40kg 정도의 짐을 싣고 다닐 수 있는 셈이다. 여기서 말과 교배를 통해 낳은 노새는 몸무게가 400kg대라 80kg 정도의 짐까지 소화 가능하다.


물론 나귀나 노새에 짐수레를 달고 끌게 하면 그보다 더 많은 짐을 지고 가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거야 수레가 움직이기 좋은 잘 포장된 도로와 평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고대에 그런게 가능했던 곳은 매우매우 드물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근대까지도 포장된 도로는 결코 흔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런 운송용 동물들도 살아있는 생명체인 만큼 끼니를 먹이고 쉬게 해줘야 한다. 이것도 결국 그만큼의 비용이 된다. 결국 화물 운송은 그 자체로 높은 비용이 드는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럼 이렇게 가축에 짐 싣고 이동만 하면 되느냐? 또 그렇지도 않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행정과 경찰력을 동원한 치안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고도로 조직화된 국가의 통치와 관리 시스템 하에서나 구동 가능한 것이다. 당장 현재도 국가에 따라 치안과 행정의 공백이 발생하는 곳이 여러 군데다. 과거로 갈수록 국가의 행정력과 시스템이 허술해지므로 국가가 통제하는 영역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게 된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상품을 운송하고 교역하는 행위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제한된 무게를 싣고 다니는데다 운송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비싸기에 가급적이면 같은 무게라도 비싼 것을 싣고 다닐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걸 싣고 다니는 가축 또한 가격을 쳐서 받을 수 있다. 이러면 산적같은 강도들이 딱 노리기 좋은 대상이 된다. 운 좋으면 짐만 털리고 끝이겠지만 운이 안좋으면 목숨까지 날아간다. 이걸 피하려면 결국 험한길로 우회하거나 무장집단에 대응할 만큼 무장을 해야 한다.


??? : 해적왕은 개뿔... 다 목을 매달아서 처형해 버려야...


물론 강이나 바다를 통핸 배를 이용한 운송은 많은 부담을 덜 수 있다. 더 많은 무게를 싣고 더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충분한 항해 기술과 조선술이 발달 하기 이전까지 물은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나 바다는 더욱 더 그랬다. 잘못하면 배가 침몰하고 화물을 다 잃고 목숨까지 잃는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강과 바다라고 해서 강도를 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해적과 수적들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면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인들은 왜 서로 다른 지역의 상품을 옮기고 매매하는 일을 했을까? 그것은 무척이나 위험하긴 해도 거래를 성사시키고 살아남기만 한다면 그만큼 벌어들이는 수익이 많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고 사는 일보다 안정성은 형편 없었지만 잘 되면 농사를 짓고 살때보다 훨씬 더 풍족하게 살 수 있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라도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 바로 이게 비즈니스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이익은 더 많은 상품과 교역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망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다.


상업에서의 이익 추구를 마치 도덕적이지 않다거나 나쁘게 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익 추구야말로 이러한 교역을 가능하고 더 많은 발전을 이룩하게 한 원동력이다. 그것이 무역을 탄생시켰다. 그 점에서 이익 추구야 말로 가장 가치 있는 행동이기도 하다. 지역과 나라를 넘나드는 무역은 이렇게 태동하고 발전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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